얼마 전, 생일을 맞았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야근을 하고 나서야 퇴근길에 올랐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느라 생일이라는 사실조차 잠시 잊고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 화면에 쉴 새 없이 도착한 메시지 알림들이 나를 반겼다.
해마다 잊지 않고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들. 단순한 축하 인사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이 전해져 지친 몸이 조금은 가벼웠다.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이토록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실감하게 된다.
살아가는 시간이 쌓일수록 관계는 조금씩 정리되어 간다. 과거에는 수십 명과 연락을 주고받고 그들 모두가 내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손에 꼽을 만큼 소중한 몇 사람만이 곁에 남았다. 그런데도 해마다 잊지 않고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세상에 홀로인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 그들의 존재 덕분에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던 건 아마도 K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 이미 시간이 흘렀고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그 사람에게서 ‘생일 축하해’라는 짧은 메시지가 와 있지는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를 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다.
사실 K는 교제 중에도 생일이나 기념일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이런 건 그냥 지나가는 날 중 하루이고 매해 찾아오는 날일 뿐’이라고 말했던 그였기에 헤어진 지금, 내 생일을 기억하고 연락을 해왔을 리 없다는 걸 나도 잘 안다. 그러나 마음은 쉽사리 논리적으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아직 그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리석지만, 참 사람답다 싶기도 하다.
K의 생일은 9월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내 마음은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의 생일을 잊지는 못할 것 같다. 비록 연락할 수는 없어도 조용히 마음속으로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다.
'잘 지내고 있기를, 부디 건강하길'
이제는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때는 나의 하루였고 나의 전부였던 K.
그가 내 마음에서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마음 깊은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라는 것을 안다. 조금씩 괜찮아지는 중이지만, 그 사람을 오랫동안 품은 채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너를 잊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너 없이도 괜찮을 것 같아. 정말로. 그러니 잘 지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