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책임의 무게

- 진짜 어른이고 싶다(3)

by 꿈꾸는바람

"우리 아들이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출근을 못 해요."


서울의 한 중소기업 인사팀 직원이 직접 겪은 일이다. 20대 신입사원이 무단결근했는데, 본인이 아닌 어머니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 아들의 결근을 알렸다. 며칠 후 같은 어머니가 다시 연락했다.


"우리 아들 6시에는 꼭 퇴근시켜 주세요"


위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결코 유별난 일이 아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부모가 자녀의 연차 사용이나 인사 문제로 회사에 항의 전화를 걸거나 면담 요청을 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말한다.
직장이라는 조직에 들어가겠다는 선택은 자녀가 했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나 책임은 부모가 대신 감당하려는 태도다. 성인이라면 당연히 스스로 해야 할 의사 표현이나 갈등 조정을 부모가 대신하는 것이다. 그 결과, 당사자는 선택은 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어떤 이들은 ‘요즘 세대는 나약하다’고 말하지만, 그보다는 선택과 책임이 분리된 구조 속에서 스스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채 자란 결과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선택을 했으면 그 결과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진짜 어른이란, 이 간단하지만 무거운 진리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다. 반대로,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 사례도 있다.


경기도에서 카페를 창업한 청년은 오랜 꿈이었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3년 동안 모은 자금을 모두 투자했다. 그러나 오픈 1년 만에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었고, 결국 가게를 접게 되었다. 4천만 원이 넘는 빚이 남았고, 주변에서는 “어차피 청년 창업이니까 나라에서 도와줄 것”이라며 위로했다. 그는 국가 지원만을 바라지 않았다. 새벽에는 식자재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배달을 뛰며 스스로 빚을 갚아 나갔다.


“내가 한 선택이니까, 실패도 내가 끌어안아야죠. 부모님 탓도, 사회 탓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거잖아요.”


그의 말은 그 자체로 어른다웠다.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그것이 진짜 어른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은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6개월간의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쉽지 않았다. 당시 팀 내에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흔치 않았고, 상사는 "네가 빠지면 팀 분위기가 흔들린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인사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육아휴직을 고수했다. 육아는 힘들었고 회사에 돌아갔을 때는 이미 승진 기회를 놓친 뒤였지만, 그는 주변 동료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이를 돌보겠다는 선택은 나와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고, 그로 인한 불이익도 결국 나의 몫이죠. 억울하지 않아요. 어른이라면 자기 인생의 중심은 자기가 잡아야 하니까요.”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리지 않았고, 누구 탓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해를 보았을지 몰라도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쥔 어른이었다.


선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는 종종 ‘자유’를 강조한다. “내 인생이니까 내가 결정한다”는 말은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선택의 자유에는 책임의 무게가 따른다. 그것이 없다면 그 선택은 그냥 ‘욕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요즘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어른이라는 단어 자체에 책임, 고통, 희생 같은 무거운 단어들이 얹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자기 삶의 결과에 대해 타인의 책임을 묻지 않는 태도, 그리고 다시 일어설 줄 아는 용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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