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끼 이상의 집밥을 해 먹고, 동네 공원과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늦도록 읽고,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새벽까지 쓰고, 출근 걱정 없이 잠자리에 듭니다.
그중 가장 좋은 건, 알람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투두리스트를 잊은 채 하루를 마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퇴사원으로 지낸 한 달. 모든 게 좋았습니다. 충만했어요. 이런 결정을 한 과거의 저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이제는 꺼두었던 알람을 다시 켜고, 투두리스트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일의 세계로 돌아가려 합니다. 저는 구)퇴사원이자 현)회사원이 되기로 결정했답니다. 퇴사 소식을 쩌렁쩌렁 전했으니, 복귀 소식도 성실히 전해봅니다.
세상에는 멋진 프리워커들이 너무나 많고, 또 이런 일의 방식이 주목받는 시대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언젠가는 조직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일하고자 하고요. 그렇지만 아직 직장인으로서 해 보고 싶은 일들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조직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단정한 일상을 꾸리는 직장인들을 존경하기도 하고요.
이커머스MD로 열심히 일하는 동시에,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회사원이지만 꼭 하나의 정체성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쓰는 일은 늘 고통스럽지만 재밌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으니까요.
자신 있는 체 소식을 전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만의 일은 아니에요. 지난 13년 간 일곱 번 입사하고 일곱 번 퇴사했지만, 제 결정에 확신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미 한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게 애쓰며 지내온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뿐입니다. 퇴사원이었던 날들이 있었고, 언젠가 다시 퇴사원이 될 거라는 것. 다시 퇴사원이 되고 싶을 때, 제 몸과 마음이 그러라고 할 때- 자유로운 마음으로 퇴사원을 선택할 수 있으리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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