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얼마나 깊나요? 2

by Noah

아빠가 언젠가 성인이 된 나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준 사진이 하나 있다. 뿌듯한 표정으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표정으로. 자신의 셀카 한 장을 보여줬다. 사진 속 아빠는 많이 추워 보였다. 아빠 몸 곳곳에는 눈이 슈가파우더를 뿌린 듯 쌓여 있었다. 아빠는 밝게 웃고 있었다. 속으로 조금 웃겼다. 사람들이 말하는 책임감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였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빠는 대리운전까지 했어!' 사람들은 선택적 기억을 하는 게 분명하다. 아빠는 엄마의 옷가게와 같았다. 이번 계절 옷을 팔아서 다음 계절 옷을 사듯. 그날 번 돈을 그날 술 먹는 데 썼던 대리운전 기사였다. 아빠가 보여준 사진 속 아빠 보다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건, 박찬호가 내던진 것 같은 매일 술에 취해 들어와 널브러져 있던 아빠, 담배 그리고 라이터뿐이었다.


엄마는 술에 취해 들어오면 세 네시까지 전화를 해보다가 지쳐 잠든 나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온 몸에는 기름냄새 비슷한 비릿한 냄새와 술냄새. 엄마는 항상 취해서 혀가 풀린 발음으로 나에게 사랑을 고했다. 그리고 항상 물어봤다. 본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빌어먹을. 곧 있으면 등교를 해야하는데 사랑을 안 할 수가 있나. 사랑한다고 몇 번을 말해야 엄마도 잠에 들고 나도 잘 수 있었다.


아빠도 취하면 자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며 묻다 잠들곤 했다. 서로를 그렇게 사랑하면 그 속에서 아이인 나는 조용히 사랑을 배우고 알았을 것이다. 굳이 술과 함께 묻지 않아도. 아마도 서로는 서로에게서 사랑을 못 느끼고 많이 외로웠던 듯하다. 눈물겹도록 사랑하는 자식 때문에 겨우 가정을 버티고 있다는 것을 자식에게 그렇게 보여줘야만 했나보다.


양쪽의 사랑을 새벽 내내 받은 나는 숙취로 머리가 아픈 부모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학교에 도착해서 그날의 시간표를 본다. 이런, 오늘은 음악과 미술이 있는 날.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 부모의 사랑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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