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얼마나 깊나요? 1

by Noah

How deep is your love, 유명한 팝송 제목이다. 대단한 국내음악도 하나 꼽자면, 박효신의 바보. 내 기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이는 노래 둘이다. 전자는 아빠의 컬러링이었고, 후자는 엄마의 컬러링이었다. 둘은 자식에 대한 사랑은 정말 얼마나 깊었을까. 저걸 왜 컬러링으로 해놨었을까. 아빠는 Don Mclean의 Vincent가 컬러링이기도 했다. Vincent는 왜 해놨었는지 알겠다. 부부가 Starry, Starry night을 좋아했다. 본인들이 별이라고 착각을 했는지 밤만 되면 집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설마 매일밤 그랬냐 묻는다면 초등학생이었던 내게는 거의 매일밤과 같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빠, 나를 낳고 경단녀가 된 엄마. 아빠는 돈을 못 벌었다. 꾸준히 월급을 타는 직업이 아니었으니까. 엄마는 경단녀였다. 원초적으로 남자는 경제능력이 있어야 한다. 주관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경제능력이 없는 가장으로부터 무너져가는 가정에서 자라나 잘 알게 되었는 것을. 아빠는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어도 출판사에 전화 한 번을 돌리지 않았다. 엄마는 밖으로 나가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였다. 아동복 옷가게를 열었다.


왜 아니겠는가. 남자가 경제능력 없어도 된다. 여자가 돈 잘 벌어오고 집안일을 잘한다면. 우리는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아빠는 원래 무교였다. 결혼 후 이모를 통해 가톨릭에 입교하게 되었다. 이모는 지금도 말한다. 자기가 가톨릭에 빠트린 사람 중 가장 후회되는 사람이라고. 아빠는 집안일도 못했다. 저녁마다 영화를 봤다. 나는 아빠가 영화평론가가 되려나 싶었다.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면 평론가라도 될 것이지. 지금도 아빠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영화가 끝나면 성당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발이 밖에 내놓아져 있는 사람마냥 헐레벌떡 나간다. 술 마시러.


경단녀였던 엄마는 어땠을까. 공주가 말하길 자기의 센스가 가게가 있는 동네 보다 앞섰다고 한다. 큰 자금으로 뛰어든 것이 아니니 이번 계절 번 돈으로 다음 계절 옷 사고, 때론 시즌 변경이 늦어지고, 재고도 넉넉지 않고. 망해가고 있었다. 그뿐인가. 여기도 술. 아동복 가게이니 동네 엄마들이랑 엄마도 매일 같이 술을 마셨다.


나는? 나는 초등학생인데. 새벽녘 세 네시가 되면 엄마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오는지, 어딘지. 몇십 통씩... 한 쪽은 팝송, 한 쪽은 발라드. 어쩌다 운 좋게 받으면 둘 다 한 사람처럼 혀가 꼬여있었다. '언능 자, 학교 가야지, 곧 들어갈 거야, 사랑하는 거 알지?' 개뿔. 묻고 싶었다. 바보, 당신들의 사랑은 얼마나 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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