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오류
얼마 전 작년에 작은 모임을 같이 했던 동생 M에게서 연락이 왔다. 모임이 끝난 지 6개월 정도가 지났고, 온라인 모임을 선호해서 오프라인으로는 딱 한 번 봤던 동생인데 의외였다. 그것도 먼저 밥을 같이 먹자고 하니 웬일인가 싶었다. 이야기를 꺼냈다. 본인은 엄마와 애착 관계가 깊어서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쓴 내가 존경스럽다고 까지 했다.(머 그럴 거 까지야.......)
만나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잠깐 나눴다. 여러 사람 모아놓는 북콘서트는 아니지만 간간히 이렇게 만나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북콘서트가 된 듯하다. 작가와의 일대일 만남, 대충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이렇게 저렇게 사람을 모아다가 ‘저 책 냈습니다. 이런저런요런 내용이 담겨 있고,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홍보차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만남도 나쁘지 않다. 책 이야기를 잠깐 하다가 M의 남자친구 이야기로 이어졌다. 남자친구 어머니도 항암치료 중이시라는 얘기, 남자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대충 그런 이야기가 지나갔다. 그러곤 궁금한 게 있다면서 질문을 했다.
M과 그녀의 지인 2명은 대학에서 동기로 만났다. 셋 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이어서 나이가 서로 다르지만 동지애를 느끼며 친해졌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각자의 지역으로 흩어졌고 자주 볼 수는 없지만 틈틈이 소식을 전하면서 시간을 내어 서로의 지역에서 만나기도 한 거 같다. 작년에는 셋이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2박 3일의 여행을 잘 마치고, 직후 M은 언니들에게 고마운 마음에 카카오 기프트콘을 선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선물을 받은 언니들이 M에게 보인 반응은 선물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서운감이었다. 왜였을까? 언니들은 M의 행동이 관계에 선을 긋는다고 느꼈다. 기브 앤 테이크가 명확한 듯 보이는 M의 행동이 서운했던 것이다. M은 단지 본인은 운전도 못하고, 여행일정도 언니들이 짜고 자기는 잘 따라다니기만 해서 미안도 하고 고마운 마음에 준 선물이었다. 하지만 M의 마음은 언니들에게 닿지 못했고 서로 간에 서운함만 남은 것이다. M은 자기 행동이 언니들에게 서운한 얘기를 들을 만한 행동이었는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M에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엔 언니들의 서운함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나도 M과 모임을 하면서 비슷한 벽을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낯을 가려서 그러나 보다 할 수 있지만 그 벽을 반복해서 보게 되면 결국엔 포기해 버린다. 이 사람은 이 정도로 유지하고 싶구나 생각하며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나 역시 모임이 끝난 후 M에게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은 채로 지냈다. 그런데 M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녀석을 오해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심지어 M은 그날 나에게 둘러둘러 '친하게 지내자.'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란 것이 오류가 참 잘 생긴다. M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마음의 표현과 배려를 한 것인데 그것이 전달 방법의 오류인지 타이밍의 실패인지 모르겠지만 변색이 된 채로 상대에게 전해졌다. 나는 M이 나와의 거리를 좁힐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와 표현을 한 것뿐인데 상대는 그것을 최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나는 한 발자국 정도의 거리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을 뻗어보며 닿지 않은 곳에 상대가 있기도 한다. 이러한 오류는 결국 상대의 행동을 내 기준에서 해석을 하고 그 안에서 서로 다른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서로를 오해하고 오해를 받으면서 살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