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일

각자의 그리움

by 김작가입니다

9시가 다 된 시간 지인들과의 모임이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주차장에 내 차는 보이는데 집엔 내가 없어 전화를 하셨다.


“배가 고픈데 멀 먹지? “


출출하다고 하시는데 배달음식은 오는 데 한참이고 그렇다고 이 밤에 라면을 드시라 할 수도 없고 배고픈 아부지 멀 드리지 하다 냉장고에 넣어둔 부추 한 움큼이 생각났다. 며칠 전 주차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옆 동 이모님이 주신 부추인데 다행히 시들지도 않고 파릇하게 살아있었다. 부추전 두장은 나올 거 같다. 애호박과 고추를 총총 썰어 같이 넣어서 부추전 두 장을 후딱 부쳤다. ‘엄마였으면 이 시간에 아빠한테 뭘 해줬을까?’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부추전과 맥주 한 잔에 하루의 노곤함과 출출함을 달래던 아빠가 불쑥 말을 건넨다.


“오늘은 모두에게 그리움을 주는 날이네”


엄마의 두 번째 기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늦은 저녁이 되니 마음이 몽글해지는 게 이유가 있었다. 가족들 일정 때문에 엄마에게는 한 주 전에 미리 다녀왔고 오늘은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출근하고 일하고 지인들을 만나고 종일 사람들 틈에 있으면서 잠시 마음을 덮고 있었나 보다. 아빠의 입에서 나온 그리움이란 단어에 눈앞이 금방 흐려졌다.


아빠에게 전해 들으니 서울에 사는 동생은 오늘 엄마가 다니던 병원을 혼자 다녀왔다고 한다. 가서는 엄마랑 같이 걸었던 길들을 한 바퀴 돌아봤나 보다. 이번 주 연휴가 길어 나도 서울 병원을 다녀올까 싶어 기차 예매도 해두었지만 병원에 혼자서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아 가지 않았다. 동생이 혼자 다녀왔다고 하니 내가 서울을 갔으면 같이 갔을 텐데 괜히 혼자 가게 둔 거 같아 마음이 쓰이면서도 둘이서 같이 갔으면 청승맞게 둘이 같이 앉아 울었을 거 같아 안 가길 다행이다 싶었다.


얼마 전 동생은 생애 첫 내 집을 가지게 되었다. 이사를 하면서 엄마가 있었으면 참 좋아했을 텐데 하며 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났다고 한다. 지난주 엄마를 만나러 갔을 때도 동생은 참 많이 울었다. 역시 막내는 막내라고 괜히 놀려도 보지만 마음엔 미안함이 늘 앞서기도 한다. 엄마가 제일 힘들어했던 마지막 시간을 동생 혼자서 오롯이 감당하게 한 거 같아, 동생에게 감정의 짐을 지운 것만 같아 늘 애잔하다.


동생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은데 오늘은 그마저도 엄두가 나지 않는 날이다. 오늘은 각자의 그리움으로만 남겨두고 애써 마주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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