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전화위복
1. 인터넷으로 재발급 신청을 했던 여권이 완료되었다고 안내 문자가 왔다. 항공권 예약 때문에 여권번호라도 확인하려고 보니 인터넷상으로는 새로운 여권 번호가 검색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라도 시청을 다녀와야 하나 싶었는데 예약 시 여권번호를 넣지 않아도 되는 항공권이었다. 급하게 다녀오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고, 여권 때문에 미뤄뒀던 항공권을 부랴부랴 구매했다.
2. 이번 여행 멤버는 나까지 4명이었다. 퇴근 시간쯤 되어 여행 단톡방에 C가 메시지를 남겼다. "여러분..." 먼가 불안하다. C는 한 달 전 급작스럽게 수술을 한 적이 있었고 통원치료를 하던 중이었다. 수술하고 거의 3개월의 회복시간이 있었기에 무리 없이 여행을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C의 몸은 생각보다 빨리 호전되지 않았다. 복강경 수술을 했던 부위에 염증에 생겨 다시 봉합을 했고, 오늘은 병원에서 재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견을 듣고 왔다. 아무래도 무리인 듯싶어 여행을 못 갈 거 같다는 C의 말이었다.
3. B부부, 나와 C 이렇게 4명이서 함께 가기로 한 여행에서 C가 못 가게 되었다. 나머지 3명이서 가기에는 이제 1년 4개월 차인 부부에 내가 껴서 가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C 대신에 꾸역꾸역 한 명을 더 찾아서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3박 4일이라는 여행 일정이 짧지가 않고, 여행 메이트로서 경험치가 없는 사람과 그 긴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모험일 거 같았다. 무엇보다 나의 오랜 여행 짝꿍인 C가 없는 여행은 의미가 없을 거 같아 과감히 이 여행을 포기하고 B부부만 다녀오라고 했다. 항공권을 구매한 지 6시간 만에 취소를 했다.
4. 아쉬움이 크긴 하지만 어느 한편에 다행스러움도 있는 듯하다. 여행을 결정하고서 남은 휴가 개수를 보니 생각했던 거보다 더 빠듯했다. 여름에 가족과 속리산도 가야 하고, 이사한 동생 집에도 다녀와야 하고, 하반기에는 진행하는 지원사업 때문이라도 휴가를 써야 하는데 내 휴가는 다 어디로 간 건지...... 분명 허투루 쓴 휴가가 없는 데 왜 이렇게 됐나 싶고 없는 휴가를 어디서 만드나, 국장님께 굽신거려야 하나, 내년 휴가를 당겨서 써야 하나 오만가지 계획에 생각이 닿았던 중이었다. 그런 중에 여행이 취소가 되었으니 절반은 아쉽고, 절반은 다행스러움이 생긴다. 취소된 덕에 조금 더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다시 부지런히 휴가 계획을 세워야겠다.
5. 여행 이슈를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 싶어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보니 배가 출출해졌다. 컵라면 하나를 꺼내 들었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컵라면 먹는 것이 괜히 불안했지만 노트북을 멀찍이 두고선 젓가락질을 했다. 역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컵라면을 엎어 버렸다. 잽싸게 노트북을 집어 들었다. 식탁에는 국물이 흥건하고 바닥에 국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노트북과 폰에 엎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6. 라면을 엎은 덕에 헤매던 글이 정리가 되었다. 오늘도 역시 전화위복. 긍정모드 회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