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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 Sep 10. 2023

희한한 위로

우리가 가진 특별한 힘

얼마 전, 선배가 좋은 곡이 있다며 음악 링크를 하나 보내 줬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 중 하나인 '어른'이라는 곡이었고 중견가수 정미조 님이 커버한 버전이었다. 별 다른 생각 없이 노래를 재생했는데 전주의 선율이 왜 그렇게도 슬프던지... 가사를 듣기도 전에 눈물이 주룩 흘렀다.


울 때가 되긴 했다. 요즘 같을 때는 주기적으로 눈물 버튼을 눌러 물을 비워내야 했고 딱 그 타이밍에 노래를 들었던 것이다. 노래를 몇 번을 반복해서 들으며 비워내야 할 감정들을 야금야금 끄집어냈던 것 같다. 선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노래를 보냈던 것이 아니다. 그저 좋은 것을 공유하고픈 마음에 보낸 준 것이었는데 나는 그 노래와 선배의 마음 덕에 큰 위로를 얻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내 몸이 4,5개쯤 되었으면 하는 상태로 지낼 때였다. 내 방 의자에는 옷들이 너저분하게 걸려있고 화장대에는 먼지가 쌓이고 선인장은 말라가고 있었다. 내 방과 찰떡인 마음 상태였던 내게 선배는 "힘들겠지만 여유를 챙기고~"라는 말을 건넸다. '내가 여유를 안 챙기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닌데...'라며 예민해진 상태로 삐딱선을 타기 직전이었다. 누구보다 몸과 마음의 여유를 챙기고 싶었던 나였기에 선배의 말이 내 것으로 들리지가 않았다.


엄마가 이모집에 계시던 어느 날, 엄마가 조금 안 좋은 거 같다며 이모가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하셨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서 30분 거리에 있는 이모집으로 가려고 나섰다. 정신없는 중에 선배가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그래, 여유는 없지만 밥은 거르지 말고 나를 챙겨보자.'


라는 생각에 김밥 한 줄과 커피 한잔까지 사들고 이모집으로 향했다. 김밥을 사고, 커피를 사던 그 잠깐의 행동은 분주하게 움직이던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었고, 그 여유는 또 다른 형태의 힘이 되었다.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선배의 말은 민들레 홀씨처럼 조용히 날아와 내 마음에 자리를 잡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말은 두고두고 나 스스로를 돌보게 하는 말이 되고 있다.

 



나는 선배가 내게 준 것을 '희한한 위로'라고 부르기로 했다.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희한한 위로, 강세형)”


나는 모든 사람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가 모르는 그 능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순간순간 '희한한 위로‘를 건네면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 능력치가 얼마나 큰지 모른 채로 말이다.


엉뚱한 타이밍에 엉뚱한 말들로 슬쩍 던져진 위로는 어느새 마음에 곱게 자리를 트고 앉아 서로의 마음 밭에 시시때때로 양분을 주는 것만 같다.




“찰나의 인생을 최고로 빛나게 해주는 내 인생의 한 부분“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나 역시도 누군가에겐 ‘희한한 위로’를 은근슬쩍 건네고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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