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간다

3년, 사람, 이렇게/스파이글쓰기

by 슈가정원



아.. 벚꽃 핀 곳에서 캠핑하고 싶다.
그땐 시험기간이잖아.. 이 새꺄!
그러니까.. 성인 되면..^^
3년 남았네!
3년.. 금방 가겠지?
금방 간다!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또렷하게 기억난다.

어느 따스한 봄날의 토요일 주말 오후, 도서관 엘리베이터 안.

내 키를 훌쩍 뛰어넘은,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고 쌍둥이처럼 검은 백팩을 둘러멘 두 남학생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었다. 전혀 모르는 엄마뻘의 성인 여성이 함께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벚꽃 캠핑 이야기를 주고받는 학생이 미치도록 귀여워서 오는 내내 대화를 되뇌며 미소 지었다.



''3년 금방 간다!''

확신에 찬 듯, 결의를 다지듯 툭 내뱉은 마지막 말은 곧 닥칠 자신들의 운명에게 포부를 던지며 멋지게 해 낼 수 있음을 스스로 확언하는 모습같아서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짠했다.



첫 5등급제를 맞아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1년을 버텼을까.

지금은 더 가열차게 2학년을 준비하며 지내고 있겠지.

여전히 둘은 벚꽃 캠핑의 낭만을 품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친구로 지내고 있을까.



그때의 아이들에게 이 장면은 특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깐의 대화였고, 곧 지나가고 사라져 버린 시간이었으니까. 이렇게 낭만은 가장 평범한 얼굴을 하고 우리의 일상에 나타난다.



그들이 외친 "금방 간다"는 말은 내게도 큰 울림이 되었다. 사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그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잊고 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주는 건 곁에서 함께 웃고 떠들며 보폭을 맞춰주는 사람이다. 그들과 함께라면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도 나중엔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돌이켜보면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늘 예고 없이,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찾아오곤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