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택수 외3인 지음 (2021. 3. 30.)
창비 교육에서 나온 신간인 이 책의 부제는 '상처 입기 전에 알아야 할 현명한 교권 상식'이다. 3명의 초등교사와 1명의 변호사가 대화 형식으로 교권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해결 방법에 대한 선배교사의 팁과 함께 꼭 알아야 할 법에 대해서도 잘 나와있다. 읽으면서 문제가 되는 사례들이 경중은 있겠지만 내가 겪었거나 동료 교사에게 쉽게 들어왔던 상황들이라 공감이 되었다. 또 알아야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서 잘 몰랐던 교권과 관련한 법률 상식, 위원회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던 점도 좋았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아는 만큼 교사로서 보호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든든한 책이었다. 교실 책상 위 책장에 두고 오래도록 읽어보아야겠다.
교사로서 싫은 일은 학부모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민원을 받을 때다.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내가 완전히 납득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죄송합니다. 학부모님.'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거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도 다 내 탓인 것만 같은 생각, 그런 생각이 늘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것만 같다. 이 책은 그런 내 생각을 조금은 가볍게 해 주었다.
'교권과 학습권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교사에게 학생에 대한 보호의 의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교실 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선생님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일이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일인지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 만일 선생님이 책임질 수 없는 일이라면 서둘러 적절한 조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대화가 필요할 수도 있고 학교 차원에서 징계를 내려야 할 수도 있다. '-17p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빨리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고 어설프게 하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글 속에 '선생님도 사람인데, 모든 역할을 잘해 낼 수는 없다'라는 말이 참 위로가 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 문제 행동이 나 때문인 것만 같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았다. 학생이 문제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게 내가 원인이 아니라 다른 것이 원인 일수도 있는 거다. 학생을 지도하다가 욕설을 들었던 적도 있는데 그럴 때도 학생과 흥분하며 같이 말싸움을 하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한다. 조금은 가볍게 생각해보자.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아침마다 자주 장문의 문자를 보내던 학부모가 있었다. 숙제를 못해간 이유, 준비물을 못 챙긴 이유, 반 친구들에게 아이가 속상한 마음을 가졌던 이유, 아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유 등을 적어 보냈다. 처음엔 아직 저학년이라 안쓰러운 마음이겠지 싶어 나도 긴 문자를 보내며 친절하게 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점점 그런 문자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친절하게 문자를 보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자기 아이에 대해 늘 다른 아이와는 다른 특별한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답을 간단하게 보내거나 답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을 때는 답을 하지 않기도 했다. 학부모는 점점 그런 문자를 보내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나에게 불편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처음과 다른 담임 선생님의 모습에 서운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겪으며 코로나 19 에만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지간이나 사제지간도 마찬가지지만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 두기기 필요하다. (중략)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학부모와 어느 정도는 거리를 유지하되, 소통은 지속하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67p
안 되는 것은 확실히 선을 긋는 것이 필요하다. 그 선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학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그 관계는 사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적인 관계임을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선을 지키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가 아닌가 한다. 학부모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저자들의 몇 가지 방법이 소개되어있어 나도 꼭 실천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임 시절이었던 것 같다.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된 해에 '이제 교권이 바닥에 추락할 것'이라는 선배교사들의 불만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선배 교사들의 생각한 교권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교사의 권위' 같은 것이 었을 거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교권이 무엇인지 물었다면 나도 '교사의 권위'라고 대답했을 것 같다. 솔직히 그동안 교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현재 교권의 의미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진 상황은 아니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교권을 여전히 스승의 도덕적 권위 정도로 이해하는데 그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오히려 교권은 교사가 교육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 즉 '교육권'에 더 가깝다.' -189p
'선생님들이 주로 말하는 교권의 의미는 '학생의 학습관을 보장하기 위한 권한'이다. 권한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 실현을 위해 법률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자격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권은 수업 내용과 방법, 평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닐까? 학생을 가르쳐야 할 교사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권한인 셈이다. ' -190p
교권이 아니라 교육권으로 봐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교권이 무엇인지 받아들여진다. 교사가 교육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하니 학생의 학습권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에게 교권(교육권)이 있어야 학생들의 학습권도 보장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권이 추락했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한국사회에서는 교권이 높았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제 막 교권이 생성되는 시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에게 주어진 이 교권이 국가와 부모로부터 교육전문가로서 교육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은 것이기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늘 '교권'은 '침해'와 연관 지어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는데 교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을 두 번 연달아 읽으면서 제목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임 교사 시절에 나이가 많았던 선생님이 개학식 날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너무 오기 싫었다고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저렇게 하기 싫으신데 30년 넘게 어떻게 버티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의 나는 늘 학교에 오고 싶었던 열정 넘치는 초임교사였기 때문에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교직에 몸담은 지 1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의 나는 어떨까? 아직도 대부분 학교에 가고 싶지만 가끔은 '선생님도 학교 가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늘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가 가끔 '선생님도 학교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가 맞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느 쪽이라고 딱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학교에 가는 것이 예전만큼 즐겁지는 않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 직업에 느끼고 있는 부담감 때문이다. 학생들의 인생에 너무 많이 개입하는 교사라는 직업이 조금은 버겁다. 나의 사람됨이 그 정도 일을 할 사람이 되는가 하는 지점에서 부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부담감을 조금은 덜었다. 학부모, 학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그 관계는 공적관계여야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자. 교사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고 모든 걸 잘할 수 없는 것이니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듯이, 선생님도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