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강영숙 외 7인 /창비 교육/ 2021
이 책의 머리말은 ‘오늘 하루 무사하셨나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코로나로 재난이 일상이 되어 버린 요즘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재난은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지금 보다 더 많은 재난이 닥쳐올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을 기억하고, 내일을 고민하게 해 준다. 중고교 현장의 국어 교사들이 재난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을 엮은 책이기에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읽기 전부터 생겼다.
재난과 관련된 8가지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읽고 나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김숨의 <구덩이>와 임성순의 <몰:mall:沒>이다.
<구덩이>는 구제역으로 인한 돼지 살처분 현장에서 구덩이를 파는 굴착기 기사들의 이야기다. 중근은 가정을 잘 지키지도 못했으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같이 일하는 남씨는 가정을 잘 지키고 살아가고 있지만 30년을 함께한 아내의 말기암을 맞닥뜨리고 있다. 현실도 구덩이처럼 암울하기만 한 두 굴착기 기사의 인생과 마지막 희망으로 돼지를 키우다 좌절한 주인 영감 가족의 인생이 구덩이에서 만난다. 돼지의 인생도 사람의 인생도 구덩이에 있다. 독자의 시선이 구덩이에 오래도록 머물게 한다.
살처분 현장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구덩이를 깊이 파고 돼지를 넣어도 어떻게든 다시 살아 올라오는 돼지들을 내리쳐 다시 구덩이로 떨어지게 했다고 한다. 그러다 그 일에 환멸을 느껴 그만두고 비건이 되었다고 한다. 살고자 죽을힘을 다해 올라오는 동물들의 눈을 마주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인간에게 얼마나 가옥 한가.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해도 인간을 위해 살아야 하고 인간을 위해 죽어야 하는 동물들보다는 덜 할 것이다. 그 죄를 인간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코로나19를 비롯한 재난들을 만들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몰:mall:沒>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전역 후 학비를 벌기 위해 막일을 하는 주인공은 어느 날 일당을 많이 준다고 하는 쓰레기 산 현장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된다. 그 쓰레기는 무너진 백화점의 잔해이며 거기서 시신을 찾는 일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쓰레기 더미에서 봉선화 꽃물을 들인 것처럼 손끝이 붉고 일을 많이 해 굳은살이 박인 손을 발견한다. 그 손은 꼭 누이의 손을 닮았다. 손을 잡았으나 구할 수 없었다. 만수 아저씨는 무너진 쇼핑몰을 쓰레기장을 버리는 놈들이 있기에 다시 또 무너질 거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기에게 금방 잊어버린다고도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재난을 뉴스 등과 같은 영상으로 많이 접해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재난은 모두가 직접 경험을 하고 있다. 나조차도 직장동료가 확진을 받고 자가 격리한 경험이 있을 정도니까. 이런 일상화된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재난은 감추어서도 안 되며 그것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바꿀 힘이 생긴다. 잊지 않고, 재난이 발생한 이유를 밝혀나가야만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아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