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울 일 없는 창원 출장을 즐겁게 만들어보기로 하고, 창원에 사는 친구에게 도서관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최근에 지어서 깨끗하다며 친구가 추천해 준 도서관이 바로 '경남대표도서관'이었다. 처음 도서관 이름을 들었을 때 약간 흠칫했다. 아니 이런 이름을 가진 도서관이 있다고? '대표'라니! 쉽게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이름부터 자신감이 느껴진다.
경남대표도서관 본관
얼마나 '대표'인지 한번 보자는 삐딱한 마음과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다. 마침 출장을 가는 경남 교육청과 멀지 않아 출장 시간보다 한참 일찍 출발해 9시가 조금 넘어 도서관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좁았지만 인근 주택단지 골목길에 주차를 쉽게 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도서관에 들어가는 일은 늘 설렌다.
제일 왼쪽부터 청소년 자료실, 어린이 자료실, 본관
이 도서관은 경남도립도서관으로 옛 인재개발원을 리모델링해서 2018년에 개관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공공도서관은 주로 도교육청 소속이 아니면 시립도서관인데 도립도서관은 처음 보았다. 경상남도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도서관이니 대표라는 이름을 붙일 법도 하다. 도서관의 규모도 꽤 대표(?)스럽다. 무려 세 개의 건물인 본관, 어린이관, 청소년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어린이도서관을 따로 설립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종합 도서관에서 청소년 자료실과 어린이 자료실 건물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과연 청소년 자료실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 도서관의 책을 읽는 중고등학생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긴 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대접받는 도서관이라니 좋지 아니한가! (청소년 자료실에 가서 책 읽는 청소년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가보지 못해 무척 아쉽다.)
넓고 환한, 본관 1층 카페
본관 1층에 들어서니 넓은 카페가 맞아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도서관 카페는 자리가 없어 도서관 밖에서 먹는 일이 잦은데 이곳은 주말에도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 흠, 하지만 가격은 우리 동네를 이길 수 없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가격도 착하다. 공공 도서관의 카페는 공익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에 저렴한 가격이 무척 반갑다. 커피와 디저트를 포함해서 4000원!
카페에서 달콤바삭 크룽지와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심지어 아메리카노가 디카페인이 있다니 감동이다. 바삐 집에서 나오느라 읽지 못한 오늘자 신문을 읽는다. 신문을 들여다보니 온통 답답한 소식뿐이다. 하지만 신문에서 시선을 옮기면 시원하고 아늑한 카페에서 크룽지를 아그작 거리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이런 여유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낯선 곳에서 혼자 보내는 이런 시간은 늘 설렘을 준다. 알아볼 사람도 없는 곳에서 나만 혼자 섬처럼 있는 이방인의 느낌이 참 좋다.
1층 카페에서 나와 2층에 있는 종합 자료실로 향했다. 깨끗하고 무척 넓다. 오늘도 창가에 앉았다. 인기척은 있지만 시야에는 사람이 없는 창가자리는 늘 편안하고 좋다. 특별하게 창가자리마다 스탠드가 있다. 스탠드를 켰더니 좋아하는 주황색 불이 짠~하고 켜진다. 다른 사람들은 켜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켰다. 오늘 가방에 넣어온 책이 '위대한 개츠비'이기에 로맨틱한 조명은 필요하다. 최근20대 때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하고, 예전에 읽었을 때 느꼈던 그 놀라웠던 감정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느껴질까 궁금하기도 했다. 종종 2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아예 다른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을 다시 읽으며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면 아직 젊음이 남아있다는 게 아닐까? 요즘은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아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더 하나하나 놓칠세라 꼼꼼히 읽어본다.
도서관 2층에서 본 동네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보니 아파트가 없는 나지막한 주택가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이런 좋은 도서관이 있으니. 언제나 부럽기만 한 일이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곧 도서관이 들어선다. 이제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도서관이 개관할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
종합자료실 한쪽을 들여다보다 신기한 장소를 발견했다. 바로 웹툰 자료실이었다. 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왔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방학이라 최근에 아이들과 만화방에 갔을 때 시간당 요금이라 꽤 비용을 많이 지불했는데 여기서는 다 공짜가 아닌가. 부럽다. 부러워!
지하로 내려갔더니 또 부러운 게 있다! 지하에 편의점이 있다. 우리 지역 도서관은 편의점이 도서관 안에도 없을뿐더러 도서관 근처에도 없어서 늘 집에서 출발할 때 컵라면을 사 오곤 했는데. 편의점 앞 좌석도 넓어서 여유 있게 먹으며 쉴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점이 있다면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배가 고플 때마다 이용하면 되니까 종일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부러워서 이제는 배가 아플 정도다.
2층 한쪽에는 경남에 관한 자료만 모아둔 경남자료실이 따로 있다. 역시 경남대표도서관이다. 경남자료실 한쪽벽에는 최근에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대한 홍보 사진과 자료들이 모여있었는데 참 정성스럽게 느껴졌다. 통영도서관에 갔을 때 이순신장군의 자료만 모아둔 책장 코너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도서관도 지역의 특색을 잘 보여주고 있다. 뭐 예상대로 경남자료실에는 어떤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담당자도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적혀있다. 뭐 어떠랴.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이 있다.
글을 정리하며 '대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전체의 상태나 성질을 어느 하나로 잘 나타냄'이란다. 둘러본 경남대표도서관은 그 의미에 맞게 경남을 대표하는 도서관이라고 부를 만했다. 특히 어르신들이 꽤 많이 이용하고 있었는데,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의 공간을 분리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또한 도서관 계단에 도서관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패널이 있어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1층 카페 앞쪽에는 경남의 바캉스를 주제로 경남의 관광지를 알리는 사진자료와 지도,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경상남도에서 도서관을 준비하며 '대표'라는 이름을 붙여 도서관을 개관하기까지 공무원들의 어려움이 꽤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노고가 있었기에 이렇게 알차고 편리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리라.
모두가 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세대를 아우르고, 도서관의 역사를 알리며 도서관을 대표하고, 경남의 역사와 관광지를 알리며 경남을 대표하는 이곳은 '경남대표도서관'이었다.
<경남대표도서관>
-주소: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사림로 45번 길 59 (055-254-4811)
-운영시간: 주중 09:00~20:00 / 주말 09:00~18:00 / 청소년학습실 09:00~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