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모임 2 - 웃음소리 2
웃음소리 글의 수정을 통해 새로운 글로 작성된 두번째 글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글을 쓰던 때의 느낌, 아버지의 노랫소리를 들었던 때의 느낌, 부고소식을 전할 때의 느낌이 모두 생각나네요. 글쓰기의 힘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제 시간에 맞추어 퇴근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당신의 노래를 들어보라면서. 그러더니 대뜸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를 불 렀다. 그 노래 제목이 ‘나는 행복합니다’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하는 노래였고, 뒤의 가사도 잘 기억나진 않지만 대부분은 “나는 행복합니다~”였다.
심각한 음치였던 아버지의 노래는 노래인가 싶은 수준이었다. 모두 똑같은 음으로 휴대폰에 대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대는 아버지가, 휴대폰 너머 들리는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웃겨서 나도 엄청 웃었다. 이게 진짜 노래인 건 맞는 거냐고, 연습을 좀 더 하셔야 되겠다며 우리는 또 웃었다.
그 날의 휴대폰 통화는 다행스럽게도 녹음되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녹음을 두 어 번 정도 들어보았던 것 같다. 웃음을 불러오는 아버지의 노랫소리, 엄마와 나의 웃음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리곤 슬며시 웃는다. 아버지의 노랫소리는 역시나 웃기다.
그래서인지 가끔 내 귓가엔, 지금은 들을 수 없는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특히 6시 즈음 퇴근하며 검찰청 앞 횡단보도를 지나다보면, 그 때의 그 웃음소리가, 그 노랫 소리가 들린다. 아프시고 난 후라 좀 우울했을텐데, 외향적인 성격상 집에만 있는 게 즐겁지 않았을텐데, 그 때도 지금도 나를 웃게 해준 건 아버지였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나도 좀 더 웃겨드릴 걸.
이제 그 날을 마주할 용기를 내야겠다. 새 휴대폰을 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예전 휴대폰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녹음 파일만 따로 저장하면 될 것을, 그것도 차마 못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충전도 안 될 수 있으니 조만간 저장은 해두어야겠다. 그리고 노래 원곡도 찾아봐서, 다음에 산소에 가면 노래를 불러드려야겠다.
원래 나는 잘 웃었다. 그래서 힘든 일도 웃으며 잘 지나왔었다. 나는 그런 잘 웃는 내가 좋았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날 부모님이 살고 있는 빌라 1층 안내판에 부고를 알리는 글을 썼다. 얼마 안 있어 옆집에서 부고 소식을 보고는 딸이 아니냐며, 갑자기 왜 돌아가셨느냐고, 왜 그렇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되었다"고 답을 하면서 내 마음과 달리, 나는 사회적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날 이후, 왜 나는 그런 순간에도 미소를 먼저 띠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다. 나는 잘 웃는 내가 좀 못마땅해졌다.
그러다 오늘 웃음소리에 대한 내 글을 다시 읽으며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내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릴 거라고 얘기하게 된 것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였음을 말이다. 잘 웃는 내가 당신의 유산임을 말이다. 가끔 표정관리가 안 되는 날이 있을지라도, 대부분의 날들을 잘 웃으면서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누군가가 나와 만나고 헤어질 때 얘기할 것이다. 집에 가면 내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릴 거라고. 그리고 일찍 퇴근하는 날 내 귓가에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면 아이들과 깔깔거리며 저녁을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