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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숙 Oct 20. 2023

내셔널갤러리로 마실 가기 1

50대 아줌마의 영국 혼자 여행기

가이드를 따라 미술관 찍고, 다시 박물관 찍고, 다음 장소로.... 가는  이런 여행 말고

 정말 느긋하게 그 동네 사람처럼 여유롭게 미술관에 가서 

질릴 만큼 그림을 보고 나오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천천히 걸어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다.

 여행 기간 내내 비교적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래도 대부분의 런던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씩씩하게 다니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 하루 종일 미술관에서 빈둥거릴 수 있으니 더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은 정말 너~~ 무 작품이 많았다. 

전시실은 미로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고..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방 번호와 작품이 안내되어 있었으나 

작품이 너무 많아 일일이 맞춰 다니기 힘들고 결국 내 마음대로 다니기로 했다.

이 그림은 마네가 자신의 모델이자 문하생인 에바를 그린 그림인데 

 그림을 그리는 포즈는 그녀의 생활과 연관되었을지 몰라도

 화가가 물감을 다루는데 흰색 드레스라니 

왠지 그림을 위해 멋진 못을 입고 포즈를 잡은 듯한 느낌이다. 

얀반에이크의 아르놀피니 초상화이다. 

브루게에 사는 부유한 상인 조반니아 아르놀피니와 그의 아내 모습으로 추정된다는 데 

뒷벽의 거울은 출입구의 두 인물을 반사해 내고

뒷거울 위 벽에는 ‘Jan van Eyck was here’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내셔널갤러리 투어 가이드가 설명하는 게 들렸다. 

같은 설명을 하는지 몇 팀의 미술관 가이드가 이 그림 앞에 한참이나 서 있어 

덩달아 나도 한동안 서서 감상하게 되었다.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 그림이다. 

삼손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머리카락이 그의 힘의 원천인데 

상대편인 블레셋 군대는 삼손을 무찌르기 위해 

델릴라에게 삼손을 유혹하도록 하여 그의 비밀을 알아내고 

삼손이 잠든 사이에 힘의 원천인 그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문을 빼꼼히 열고 블레셋 군대가 머리카락이 다 잘리기를 기다리고 있고 

연인이라고 믿은 여자의 배신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있는 영웅의 모습이 

육감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는 안타까운 느낌의 그림이다.

벨라스케스가 그린 스페인의 필립 4세 그림으로 

필립 4세의 마지막 초상화라고 추정되는 데 

이유는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 보는 것을 필립 4세가 싫어해서라고 한다. 

권력과 부를 지녔으나 늙음은 어쩔 수가 없으니 

아마도 평민보다 늙어가는 것이 더 안타까웠으리라.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 브룬-밀짚모자를 쓴 자화상그림은 

루벤스가 그린 수잔나 룬덴의 자화상을 의도적으로 모델링한 것이라고 하여 

인터넷에서 루벤스의 그림을 찾아보았다. 

아래 그림은 루벤스의 그림이다. 

두 초상화는 비슷해 보이나 분위기나 느낌에서 완전히 달라 보인다.

아침에 와서 오전 내내 둘러보고 있는데도 아직 한참 남아있었다. 

혼자 온 여행의 장점을 살려 내 기분대로 오후까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미술관 지하로 가니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카페가 있었다.

간단한 점심 후에 다시 미술관으로 올라가서 그림을 살펴보았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이렇게 질릴 때까지 볼 수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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