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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련 이다겸 Jul 18. 2022

작은 인연,소소한 행복


                                  이 다겸     

  봉사활동에서 만나 가끔씩 차향을 나누는 동생이 있다. 만날 때마다 엄마와 남편, 직장 이야기까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은 치과 병원이다.

   원장은 환자 진료로 바쁜데도 불구하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직원들을 챙긴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해외 의료봉사도 떠나는데 그녀 역시 함께 봉사를 떠난다. 

  어떤 단체에 있어서 리더 한 사람 철학은 중요하다.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나 봉사를 받는 사람들 모두를 기쁨과 가슴 설레는 행복을 줄 수도 있고, 실망을 안겨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봉사를 받는 사람들 마음은 어떨까, 우리도 한 때는 외국 원조와 의료지원을 받았는데 이젠 그 고마움과 감사함을 되돌려 줄 수 있다니 떳떳한 자부심과 함께  잔잔한 감동이 온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나는 살려고 하는 생명체에 둘러싸인, 살려고 하는 생명체다.”라는 명언을 남긴 알베르트 슈바이처다.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 랑바레네에, 병원을 개설한 의사이자 선교사로 인류애를 실천한 사람이다. 나도 한때는 아픈 사람들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백의 천사를 꿈꾸었던 적이 있었기에, 그녀의 봉사를 통한 대리만족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와 준다.      

   존엄사에 대한 대화도 나눈다. 존엄사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 의사는 환자의 동의 없이 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소극적 안락사다. TV에서 존엄사에 대한 외국인 취재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인터뷰를 한 사람은 80대 초반 건강한 남자다. 그의 자녀들은 존엄사 신청이 너무 빠르다고,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치매로 친구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떠나는 여자 친구를 보고  슬펐기 때문에 본인은 건강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사랑하고, 아쉬워할 때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손자와 장난치며 놀기도 하고, 자녀들과 대화도 나누는 아주 행복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리 주변엔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의 고통은 물론이고, 간병하는 가족들도 큰 아픔으로 와닿는다. 그래서 나는 미리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치료는 하지 말라고, 가족들과 약속했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기에 서로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       

   햇살이 좋은 맑은 날이다. 일상을 벗어나 창이 넓은 바닷가 찻집에 자리했다. 하늘과 바다 경계를 가늠할 수 없는, 하얀 포말을 즐기며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가 느끼는 행복은 평범한 것이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책도 보고, 경관이 좋은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 차茶향을 마주하는, 평온한 시간이 행복이라고 한다. 나 역시 매일 삶을 알차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라고 이름 짓는 우리들... 오늘이란 하루가 영글어 알찬 삶의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음 또한 행복이 아닐까.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명상’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나란히 숲 길을 걷는다. 풀내음과 종달새의 지저귐이 즐겁다. 그녀는 명상을 하고 나면 마음도 맑아지고 기분도 가뿐해져 자주 명상을 한다고 했다. 나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앞에 앉혀 놓고, 나쁜 기운과 스트레스를 백회를 통해 내 보낸다. 산속의 맑은 기운을 몸속에 넣는 방식, 어떤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그대로 흘러 보내는 ‘마음 챙김’ 명상을 한다.숲속 피톤치드향을 음미하면서  대화와 걷기 명상을 하며, 우리를 위한 온전穩全한 하루를 채웠다.

  성철스님의 법어가 생각난다.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보인다”..

 내면을 청정하게 해, 내 안의 소리를 들으라는 뜻으로 풀이해 본다.

몸과 마음이 따로가 아닌,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내 안의 소리를 사랑한다.     

  나는 그녀와 함께 가끔 공연도 관람하고, 공부하는 모임과 운동 동호회에 초대해 일상을 나눈다. 어느 날, 박스 하나가 배달 왔다. “만남에 감사한다.”는 쪽지와 손목에 하트 모양의 털이 달린 가죽 장갑이 들어 있는 그녀가 보낸 선물이다. 겨울이 오면, 장갑 속에는 그녀의 따뜻한 온기와 고운 마음이 담겨 있으리라...

  자주 얼굴을 대하진 않아도, 그녀를 생각하면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살갑지는 않지만,  청아함과 엷은 미소로 스며드는 사랑스러운 모습이 정겹다. 소통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났을 때, 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진다. 오늘도 아픈 환자를 살갑게 보살피고 있을 그녀의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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