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는 신입, 경력직원 할 것 없이 퇴사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나간다더라"하고 물어보면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의 퇴사소식입니다.
임원이나 관리자 입장에서는 "어느 조직이나 퇴사는 당연히 있는거지, 뭘 심각하게 생각해?"라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희 조직은 그렇게 한가하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차라리 입사하고 몇 달 안되어 그만두는 신입직원들은 원래 스펙이 출중했기에 본인이 1지망하던 다른 곳이 되었다면 당연히 옮겨갈 수 있습니다.
이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나 카카오 등 극소수의 최상위권 기업을 제외하면 어느 곳이나 겪는 문제입니다.
신생기관인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애초에 그런 친구들이 지원이라도 하고 일정기간 다닐만큼 나름 조직의 인지도가 생겼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2~4년차 직원들이 그만두는 것은 얘기가 다릅니다.
이 친구들은 이제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곧 과장 승진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기관같이 신생조직에다 아무 시스템이나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신입시절부터 실무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2~4년차면 이미 어지간한 조직의 과장급은 되는 역전의 용사들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건 - 조직의 매력이 떨어지건, 승진이 어렵다고 판단되건 -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최근 IT가 아니면 회사일은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금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소한 제도개선 하나를 하더라도 전산이 반영되지 않으면 꿀먹은 벙어리입니다.
그런데 조직 내에서 말이 통하고 합리적이며 실제 개발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외부로 이직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좋은 조건에 스카웃 제의를 받아서 말이죠.
물론 최근 개발자에 대한 몸값이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개발자에 대한 몸값이 올랐다고 해도 오퍼를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오퍼를 넣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인정해서인데, 그런 오퍼를 받는 사람들은 다 이직하고 저희 조직에는 오퍼도 오지 않는 사람만 남아있게 된다면 이게 어떤 뜻일까요?
제가 첫 직장을 그만둘 때 그랬습니다만....
이직처도 정해놓지 않고 일단 그만두는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마음이 다칠 지경이 되면, 이직처고 뭐고 출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싫기 때문에 그만두게 됩니다.
문제는 저희 조직에 이직이 아닌 일단 퇴사부터 선택하는 신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1번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능한 오버스펙의 신입이 들어와서 몇 달 있다가 이직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 말은 조직문화가 심각하게 망가져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과연 저희 조직이 바뀔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신이 없네요.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있지만, 한 사람의 노력으로 흐름 자체가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흐름이 가장 안 좋은 것은 악순환이 가속화된다는 것입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업무량은 새로 뽑는 사람이 배치될때가지 가중될 수밖에 없고...
또 남아서 일하는 직원들이 '우리는 무능하고 갈 곳이 없어서 여기 있는건가?'하는 패배의식이 번지게 됩니다.
답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