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사잡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혈청년 훈 Mar 07. 2023

[시사잡설]강제징용 배상, 정부는 가해공범이 되려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안은 '배상'이 아님에도 '배상'인 것처럼 국민과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법률에 통달했을 정권이 이런 결론을 내는 것은 역사인식, 국민적 법감정까지 갈 것도 없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법리마저 도외시하는 것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향후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천추의 한이 될 것입니다.



1. '배상'과 '보상'의 차이


민법은 '배상'과 '보상'을 정확히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손해배상 규정인 민법 제750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여기서 손해는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을 말하며, 그 배성의 주체는 분명히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로 한정됩니다.


보통 민법 제750조가 유명해서 그렇지, 이같은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그 가해자가 배상해야 한다는 원칙은 민법의 여러 조문에서 반복하여 확인됩니다.


반면에 보상은 다릅니다.

보상은 큰 틀에서 적법행위에 기초하고 있으며 부득이한 손해에 대하여 적정한 보상을 한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민법에서 정한 보상규정 중 문화재에 관한 제255조를 보겠습니다.


"제255조(문화재의 국유) ①학술, 기예 또는 고고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물건에 대하여는 제252조제1항 및 전2조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국유로 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습득자, 발견자 및 매장물이 발견된 토지 기타 물건의 소유자는 국가에 대하여 적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문화재는 근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국민들과 미래에 태어날 후손들을 위한 것이므로 국유로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문화재를 발견한 사람에게서 양도받아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이 위법행위라거나 발견자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습득자, 발견자, 물건의 소유자에게 아무런 금전적 지급이 없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문화재를 취득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있거나 적어도 땅에 묻혀져 있던 문화재를 발굴하는데 들어간 노력과 비용, 그리고 문화재를 임의로 판매하여 개인적 이익을 얻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 등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보상'이 있는 것입니다.



2. 그래서 '배상'과 '보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어떤 사람이 강간피해를 당했다고 할 때, 이 손해를 '배상'해야 할 사람은 누구겠습니까?

앞서 본 법리에 따라 당연히 강간 가해자입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대법원까지 간 끝에 승소하여 손해배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음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해자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 단체가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가해자에게 받을 권리가 있는 손해배상금은 1억으로 확정되었지요? 제가 그 1억원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가해자에게 1억을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지금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이건 '손해배상'이 아닙니다.

손해배상이 되려면 "가해자"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초적인 손해배상의 법리를 지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일본은 강제징용이 위법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였기에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더 것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특정 가해자가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배상금이 지불되었다고 볼 수 있는 법리는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공동불법행위입니다.

복수의 불법행위자로부터 총 100만큼의 손해를 받았을 때, 피해자가 각각의 불법행위자에게 100씩을 손해배상 받게 되면 본인의 손해인 100보다 더 큰 배상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 때 법은 불법행위자 중 한 명에게라도 손해를 모두 배상받았다면 일단 손해의 배상은 끝난 것으로 봅니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는 일본 강제징용 기업이 패망으로 한국에 남기고 간 재산(소위 적산재산, 적산불하)을 국가로부터 싼 값에 불하받아 지금까지 성장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불한다면, 결국은 가해자가 배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란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했다면 우리나라 기업 또는 정부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말이 되어 황당하기 그지 없을 뿐더러... 빌라왕 사기사건을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의 법리에 자신이 있다면, 빌라왕 전세사기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가해와 전혀 상관없는 정부 또는 HUG나 LH에서 모든 손해를 배상해주십시오.

가해자가 아닌 제3자가 손해배상을 해줘도 손해배상 책임이 이행되었는데, 같은 논리로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책임져주지 못할 까닭이 어디있습니까?

별도의 재단을 만들고 자발적인 기부를 받아서 지급하십시오.


그렇지만 이렇게 할까요?

안할겁니다. 아마도...

논리는 일관되어야 합니다.



3. 마치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랬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정부니까.

그 정부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니까.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가는 길은 단순히 국민의 힘 정권의 실패, 윤석열 정권의 실패를 넘어 대한민국의 실패, 역사적 퇴행, 골든타임 허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우려됩니다.

훗날 역사는 오늘을 어떻게 기록하겠습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시사잡설]절박재>생존재>가치재>사치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