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한국야구의 몰락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핵심은 "팬들이 인정하지 않는 프로, 팬들을 생각하지 않는 프로의 경기는 단순히 공놀이일 따름이다"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글도 한 번 읽어봐주십시오.
https://brunch.co.kr/@sugo30/132
한국야구는 어제 2023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4-13으로 콜드패를 겨우 면하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이 과연 적정한가?"
"FA계약금액만 보면 현실적으로 NPB, MLB지출하는 것보다 나은데 이게 적정한 금액인가?"
"(무엇보다) 이런 선수들이 국내 최고라면 한국 프로야구를 보러 갈 필요가 있는가?"
야구팬들이 많이 모이는 엠엘비파크를 둘러보았습니다.
성토하는 글과 자성하는 글이 대다수인 가운데 한 가지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관중과 인기에 영향이 있을 것" VS "신규유입 효과는 없겠지만 보던 사람은 볼 것이므로 단기타격은 없을 것"
엠엘비파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헤비팬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모든 커뮤니티에서 가장 헤비팬의 비율이 높을 것입니다.
저는 후자와 같은 의견을 야구팬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야구가 망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일부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의 "보던 사람은 그래도 계속 볼거다"라고 하는 생각은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야구는 사치재인 동시에 평판재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어떤 쌀을 먹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쌀은 그냥 집에서 당연히 먹는 필수재이자 생존재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설령 돈을 몇 만원 더 써서 유기농쌀을 주문해 먹었다고 한들 그걸 사치라고 하지도 않고, 평판이 오르거나 내릴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야구와 같은 문화, 스포츠 지출비용은 다릅니다.
자동차 구매와 비슷하게 '그 돈이면 차라리 ~~~~를 할 수 있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 속으로만 생각하는 사람과 겉으로 말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최근 영화관이 어렵다거나 영화인들이 어렵다는 기사에서 곧잘 영화비 인상이 지적되며 그 돈이면 ~~~~를 한다는 식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문화, 스포츠에 사용하는 돈은 사람들의 평판과도 이어지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기부를 하는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하고 장려될 행동입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어려우신 분들이나 그분들을 돕는 단체에 기부를 하는 A와 노골적인 혐오, 차별을 부추기는 단체에 기부를 하는 B가 있다고 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요?
물론 야구를 좋아한다고 하거나 야구를 보러간다는 것이 비판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속으로 '와... 아직도 한국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네.'와 같은 어딘지모르게 안타까운(?) 반응을 할지 모릅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게 되면 신규유입이 없는 것이야 당연하고, 기존 팬들도 어디가서 야구팬이라거나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같이 야구장에 가자는 말은 더더욱 하기 어렵게 됩니다.
일부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이 기억해야 하는 통계가 있습니다.
1982년 148만명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1995년 540만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1996년 449만명으로 감소하며 감소추세로 돌아서 2006년까지 거의 10년을 230만~330만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횡보했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 트랜드가 형성되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당시에는 그나마 인구가 증가하고 있었고 경제도 성장하고 있었기에 황금세대를 맞아 다시 한 번 현재의 중흥기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침체하고 인구마저 감소하는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요?
확실한 것은 이제 한국야구에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되돌이킬 시점을 지나쳤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 인구정책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