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끝단에 한 발이나마 걸치고 있는 입장에서 최근의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뉴스, 신문, 유튜브를 통해서 새마을금고의 예금을 인출해야말지 고민중이시리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아래와 같은 분들은 인출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게 되더라도 기존 현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분
2. 새마을금고에 소액의 예금만 들어 있어 최악의 경우 그 돈을 못 돌려받더라도 문제가 없는 분
근본적으로 모든 수신기관은 이론적으로는 뱅크런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금액의 일부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0억의 예금이 있다면 법으로 정해진 일부를 제외하고 은행, 새마을금고 등 수신기관은 이 돈을 기업, 개인 등에게 대출을 하거나 또 다른 투자를 통해서 수익활동을 합니다.
흔히 말하는 예대금리차, 예대마진이란 말은 고객에게서 받은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를 말하고 이것이 수신기관의 수익이 됩니다.
예금은 기본적으로 즉시성이 있습니다.
고객이 요구하면 은행, 새마을금고는 즉시 내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적금은 정해진 기간이 있는데요?'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적금도 언제든 이자 불이익만 감수하면 해약하고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금이 본질적으로 고객의 돈을 맡아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입니다.
반면에 대출은 다릅니다.
애초에 대출은 "정해진 기간동안 은행, 새마을금고가 돈을 빌려두고 그 기간동안 이자를 받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고객이 돈을 잘 갚는다면 은행이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고객(차주)의 "기한의 이익"입니다.
정리하면 은행 등 모든 수신기관은 나는 언제든 예금주가 돈을 요구하면 돈을 줘야하는데 내가 투자한 돈은 아무때나 회수해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론상 뱅크런의 요소는 늘 상존하는 것이고 이를 상쇄하는 것이 수신기관의 신용인 것입니다.
뱅크런이 촉발되는 계기는 각양각색이겠으나, 원인은 단 하나입니다.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란 두려움이 예금자들 사이에 전염되는 것입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23년 6월 29일 잠정치로 연쳬율 6.18%로 금융권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습니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연체규모입니다.
6.29기준 대출금액 196.8조원 중 연체액이 12.16조원입니다.
현재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새마을금고 예금자보호준비금은 2.6조원으로 연체액이 손실로 전환되었을 때 이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뱅크런 우려는 여기서 발생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정부와 새마을금고는 상환준비금은 13.36조원으로 예금자보호준비금과 모두 합칠 경우 연체액 발생분 전액을 메꿀 수 있으며, 이것으로도 부족한 최악의 경우에는 중앙회가 보유하고 있는 77.3조원의 현금성 자산이 있으므로 예금보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23.6.29 기준 새마을금고의 예수금은 259.6조원으로 예금잔액 증감이 없다고 가정할 때, 35.92%(77.3조 + 13.36조 + 2.6조)이상의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실금고에 예금을 맡긴 고객의 경우는 후술할 이유로 돈을 빼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는데, 문제는 어디가 부실금고인지를 정부가 비공개하겠다고 결정한 데 있습니다.
부실금고에 예금을 넣은 고객이 돈을 빼는 것이 나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새마을금고는 10%의 예금준비금을 보유하는데 5%는 자체적으로, 5%는 중앙회에 예치한다고 합니다.
만약 대출금 중 10% 넘는 손실이 발생하여 부실금고로 확인될 경우 합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합병이 하루이틀 사이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점입니다.
우선 합병이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만 해도 최소 수 주일은 걸릴 것이며,
합병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자산 및 부채평가, 예금 및 대출 이수관, 관련 행정절차 등등을 모두 처리하는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수 개월은 소요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약 93조원의 뱅크런이 한 순간에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새마을금고에 예금한 돈을 지금 당장 빼야할 필요까지는 없을 수 있다는 의견에 일리가 있습니다.
총론으로서는 말이죠.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1,293개 전체 새마을금고 중 100곳에 대해 특별점검,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내가 돈을 넣은 금고가 합병 또는 폐지를 당할 위험에 처했을 확률이 7.73%란 말입니다.
그리고 만약 합병을 당하게 된다면 내 돈은 언제 찾을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확률적으로는 문제없을 확률이 92.27%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해지더라도 새마을금고에 예치한 돈 외의 돈으로 대처가 가능하신 분이나, 새마을금고에 소액만 예치해서 큰 지장이 없으신 분들은 인출을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저는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마친 후에도 새마을금고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새마을금고 또한 근본적으로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예금유치는 당분간 만만치 않을 것이고 대출할 곳은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도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1금융권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예금을 유리해왔습니다.
그런 핸디캡에 더해서 이번 사태로 당분간 새마을금고는 더욱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예금이 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입니다.
대출에서는 20%의 이자제한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자제한법을 개정하자는 논의는 있으나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기는 침체에 들어갔거나 들어가기 직전이며, 은행권조차 연체율이 치솟고 있고 부동산 경기가 안개속에 빠진데다 기업과 개인의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애초에 연체율이 타 금융권보다 크게 높아서 이 사단이 난 상황에서 쉽게 막 대출을 내줄수도 없습니다.
결국 새마을금고 입장에서는 대출재원 마련을 위한 예금 확보 비용(이자)은 더 드는데, 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대출을 마음껏 늘리거나 이자를 높게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부실새마을금고를 공개하지 않아 내가 가입한 새마을금고가 건전한지 어떤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돌발변수가 나오면 정말로 뱅크런이 전체 금고에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이자가 아깝다고 할 문제가 아니니 빠르게 돈을 빼야 합니다.
정말로 빠른 사람이 임자일 것입니다.
새마을금고의 많은 예치자들, 종사자들이 이번 여름을 무사히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금융시스템하에서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금융권으로 파장이 번질 수 있고, 그 경우 경제 전체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발표장에 함께한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