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그저께(24.7.25) 제가 올린 글 이후 금감원에서 실제로 PG사들을 소집하여 여전법 위반 여지를 지적하며 결제취소를 하도록 요청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https://brunch.co.kr/@sugo30/42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2691808?sid=101
PG사들 입장에서는 본인들은 단순히 결제를 대행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나 먹는 업체이지 보증기관도 아닌데, 티몬과 위메프가 사실상 도산한 상황에서 결제금액을 취소해주다가는 본인들도 위험해지고 다른 거래처들에 대한 정산도 어려울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법 제19조제7항제3호가 아무런 예외조항이나 단서제한도 없어 지나치게 큰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는 향후 입법론으로 분명히 다루어볼 소지가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실정법에 엄연히 규정된 조항을 아예 이행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을 뿐더러 금융당국으로서도 좌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티몬, 위메프 사태가 의미하는 것과 앞으로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기사 중 티몬의 정산구조를 잘 정리한 그림이 있어 인용합니다.
(출처 : 서울경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371904?sid=101)
티몬-위메프 사태가 심각한 이유는 지금 문제되고 있는 구조가 본질적으로는 IMF위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IMF위기의 시작과 위기가 터진 후 피해를 막대하게 만든 주범에 바로 '어음'이 있었습니다.
물건이나 용역, 서비스를 제공받고 거래처가 즉시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어음을 끊어주면 거래업체는 3개월 후의 어음만기까지를 기다리지 못하고 보통 이를 할인해서 자금을 융통하거나 어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당장의 자금을 융통합니다.
어떠십니까?
지금 티몬하고 비슷하지 않습니까?
1) 티몬은 위 서울경제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셀러들에게 즉시 결제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40~70일 후에 거래대금을 지급했습니다.(91일의 어음과 본질적으로 같음)
2) 거래업체는 당장의 현금 유동성이 필요하니 은행으로부터 매출채권을 담보로 먼저 선정산 대출을 받았습니다.(종금사 어음대출과 동일)
3) 만약 티몬이 현재처럼 결제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거래업체는 은행으로부터 선정산대출금 상환을 요구받게 되는데다 현재 시점에서는 높은 금리인 8%의 이율을 물어야 합니다.(종금사 부도에 따른 어음대출 즉시상환 요구받은 것과 동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4263109?sid=101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72415033313552&type=2&sec=politics&pDepth2=Ptotal&MNE_T
이번 티몬, 위메프 사태가 시사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 중계형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근본적 신뢰상실
티몬, 위메프와 쿠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직매입 비중입니다.
쿠팡도 셀러들을 입점시켜서 물건을 팔고 있다는 점 자체는 티몬, 위메프와 동일하지만, 쿠팡의 경우 자사 직매입상품들을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판매하고 직매입이기 때문에 환불도 쿠팡과 얘기를 하면 됩니다.
만약 이번과 같은 유동성 위기가 없었다면 언뜻 보기에는 티몬, 위메프도 쿠팡과 다를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어쩌다 한 번 발생하는 취소, 환불건에 대해서 구매자가 거부할 경우 티몬, 위메프 고객센터에서 어느 정도 같이 대응하고 개입해줄 여지도 있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번 티몬, 위메프 사태가 터진 이후로 단순 중계형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근본적인 신뢰상실 위기에 처했습니다.
본질적으로 해당 플랫폼이 물건을 미리 확보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소비자는 이번처럼 대금결제를 다 해놓고도 아무런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물건도 받지 못할 위험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2) 수영장에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워렌 버핏 회장이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드러난다."
이번 티몬, 위메프 사태에서 판매자들은 두 가지 극명한 대처를 보이고 있습니다.
"환불은 티몬과 얘기하라"는 나몰라라식과 "우리가 정산을 받을 가능성이 없더라도 티몬을 통해 발급된 상품권, 쿠폰을 책임지겠다"는 업체로 나뉘고 있습니다.
야놀자같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음에도 소탐대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몰라라 하는 판매자들이라고 장사의 기본과 상도의, 장기적 고객확보 필요성을 몰라서 그랬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한 번 골탕먹어봐라가 아니고, 지금 당장 그 돈을 돌려주면 내가 망하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게 합리적입니다.
3) 영세 소상공인, 개인사업자의 상황이 심각하다
2)에서 이어지는 결론인데, 그만큼 소상공인, 개인사업자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당장의 운전자금외에 어떠한 여유자금도 없다는 뜻입니다.
안그래도 그간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는 빚의 한계에 몰려 있었습니다.
상업부동산의 공실은 여전히 심각하고 지식산업센터도 상당수가 죽어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티몬, 위메프 사태가 터진 것입니다.
자칫하면 PG사까지 문제가 생기게 생겼습니다.
IMF때 그나마 종금사는 어쨌건 금융권에 편입된 곳이기는 한데, PG사는 종금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PG사의 법률적 책임은 있지만(제가 문제제기를 했는데 모르겠습니까?) 이를 100% 이행시킨다면 PG사가 위험해지고, 그들이 도산하는 것은 둘째치고 연관된 다른 멀쩡한 거래처에까지 카드 결제대금이 미지급되는 사태가 벌어질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만으로 경제위기가 온다는 것은 과장이겠지만, 경제위기를 촉진하거나 다른 외부적 요인과 어울리면 트리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당국은 조속히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기사에서 티몬, 위메프에 대출금을 지원하겠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방법도 하나의 해결방법은 되겠지만, 대출금 지원규모가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대출은 기본적으로 직접지원이기 때문에 형평성의 관점에서 자칫 모든 손실을 떠앉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믿을만한 보증기관을 끼고 보증 레버리지로 대응하는게 좀 더 나은 선택일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거 이번 사태로 많은 소비자, 판매자들의 피해 자체는 불가피해보입니다.
다만, 그 피해는 최소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