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희 회사는 24년 상반기 인사평가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평가를 어떻게 줄지 부장님과 논의를 하며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승진하고 싶으신 분들, 승진에서 밀리고 싶지 않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기업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공공기관의 인사평가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이뤄지는데, 대학에서 성적을 받을 때와 똑같이 강제적 상대평가입니다.
특정 부서, 팀, 직급의 사람들 누구 하나 버릴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고 소정의 성과가 있더라도, 인원수에 따라 누군가는 강제적으로 C나 D를 받아야만 합니다.
평가자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S, A를 줄 것이냐보다 훨씬 큰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기는 것이 누구에게 C, D를 줄 것인가 입니다.
이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인물이 바로 "비협조적인 직원"입니다.
정말 탁월하게 일을 잘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사람의 능력이나 실적은 도토리 키재기인 정도가 현실인데 평소 동료들과 원만히 지내지 못하고 타부서와 협조가 안 되는 사람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어쩔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끌어주고 싶어도 명분이 필요합니다.
만약 "나는 올해승진대상자니까 당연히 나에게 고과를 잘 줄 것이고 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큰 착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평가자 입장에서는 승진대상자가 본인 한 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팀 내에서도 있을 수 있고, 팀 내에서는 내가 유일해도 부서, 본부 차원으로 넓히면 절대 승진대상자는 나 하나가 아닐 것입니다.
정말정말 운 좋게 소속 본부, 부서, 팀 모두 승진대상자가 나 하나라고 하더라도 다른 본부의 승진대상자와 경쟁을 해야만 합니다.
이 때 "니들이 이번에 날 승진 안시키면 어쩔건데"라는 A와 평소보다 행실은 더욱 조심히 하고 일은 두 배로 하는 B가 있다면, 누구를 승진시켜야 하겠습니까?
승진심사는 보통 인사평가와 인사위원회의 2단계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인사평가는 회사마다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바로 위 직근상사와 그 윗 직급의 평가로 이어집니다.
저희 회사 같은 경우 소속 팀장, 부장, 본부장의 3명이 인사평가를 담당합니다.
그리고 인사위원회는 본부장이 들어갑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팀장, 부장, 본부장 세 명 모두 나를 잘 알고 평가해주는 것이고, 차선은 인사위원회에도 들어가고 평가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본부장이 나를 알아봐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부장은 그 직책이 말해주듯 하위 직급 직원으로 갈수록 직접 만나거나 보고할 기회가 적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팀장이나 부장 중 한 명은 내 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소속 팀장 또는 부장이 본부장에게 나에 대한 얘기를 잘 해줄 것입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나와 척진 사람의 유무입니다.
나와 불구대천의 원수가 있고 그 사람이 언론플레이에 능한 사람일 경우, 여론을 형성하여 본부장에게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를 평가하는 소속 팀장 또는 부장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나와 아예 척을 진 사람이 없다면, 나의 승진확률은 분명히 남보다 높아질 것입니다.
승진은 월급쟁이들에게는 마약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승진하지 않으면 새로운 업무경험, 성장기회, 연봉상승이 주어지지 않으니 고고한 한 마리 학처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지낼수도 없습니다.
가늘고 길게 회사 생활을 오래한다고 해도 최소한 차장급으로 15년, 20년 근무해야지, 30년 내내 사원, 대리급으로만 다닐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