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잘 단언하지 않지만, 이것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려고 한다, 하고 싶어한다"가 아닙니다.
"하고 있다."입니다.
아기부터 노인,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신을 포함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수많은 반례들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나는 그렇지 않은데요?"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사장님, 대통령, 국회의원 정도 아닌가요?"
"아기가 무슨 지배력을 행사하나요?" 등등...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크게 세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첫째, 상상도 못할 끔찍한 범죄에서 마치 복붙한 것처럼 늘 나오는 "조용한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게 상상이 안됩니다."란 말을 보며 '저 사람의 잔학한 공격성은 어디에 잠재되었던 것일까?'하는 의문
둘째, 왜 나쁜 남자에게 여자는 끌리고 천하의 망나니인데도 헌신적인 부모, 아내가 버리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
셋째, 매슬로의 인정욕구 이론은 유명한 얘기지만 인정욕구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인정욕구와는 조금 다른 욕망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
저 의문에 대한 답이 "인간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배력 행사의 방법, 대상, 정도는 다를지라도"였습니다.
바깥에서는 자기 의견 하나 말하지 못하고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이라고 해서 지배욕구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외부에서 본인이 보잘것 없고 지배력을 발휘하려고 해봤자 먹히지도 않고 되려 두들겨 맞을 뿐이기에 얌전히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그렇게 수동적이고 당하기만 하는 입장으로 365일 24시간을 살면 자기 스스로가 미쳐버릴 것 같으니, 자기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을 찾습니다.
그게 바로 '내가 어떤 망나니짓을 해도 받아주는 가족, 그 중에서도 약한 자'가 되기 십상인 것이죠.
주로는 폭력과 폭언, 방임 또는 의도적인 편애 등 자신의 지배력 발휘를 통해서 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긴장하는 가족을 보며 비로소 내가 살아갈 이유와 내가 그래도 가치 있는 인간이란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노숙자가 왜 계속 노숙자 생활을 할까요?
노숙자가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 자기 스스로를 노숙상태에 두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위한 모든 행위들 - 직장을 찾고, 살 집을 구하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수복하고 등등 -은 본인이 일방적으로 을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노숙자로 살아가는 이상 내 인생에 대한 지배력은 온전히 내가 발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내가 노숙자란 이유 만으로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들 - 주로 봉사자들, 복지공무원들이겠죠 -이 있고 그들에 대해서는 내가 작게나마 투정(?)을 부릴수도 있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나를 어르고 달래줍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드실수도 있습니다.
"아니,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렇다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으로 지배력을 획득하면 되지 않나?"
맞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을 몰라서 안 쓰는게 아닙니다.
하기 힘든걸 알고 있으니까 못하는 것 + 안하는 것이죠.
제 추측이고 전수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게임에 심각하게 과몰입하거나 인터넷상의 커뮤니티, SNS에 심하게 의존적인 사람들의 경우,
그 실제 현실에서 소위 그렇게 잘 나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내가 잘 나간다면 - 공부를 잘하건, 명문대를 다니고 있건,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을 다니건 등등 -,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큰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가상의 세계에 지나치게 몰두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근 굵직굵직한 많은 사기사건에서도 SNS에서의 거짓된 모습이 중요한 사기도구로 사용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로맨스 스캠도 마찬가지겠죠)
사람은 확실한 것을 좋아합니다.
신뢰나 사랑은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이 전제된 것으로 불안한 면이 있습니다.
인정욕구 또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반면에 내가 이미 특정 상대, 특정 영역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지배력은 일종의 단독행위입니다.
아Q정전에서의 아큐처럼 그게 정신승리건 뭐건, 나 또한 누군가를(하다못해 나 자신, 내 인생이라도) 지배해야만 비로소 안심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본성이란 말 그대로 본성이니 그 자체로는 선악의 개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에게나 제 아들에게나 중요한 것은 지배력을 발하는데 있어 상대도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는 실력과 자격을 갖추고 먼저 베푸는 태도를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동의에 전제하지 않고 굴복시키는 방식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양하고 어렵더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계발을 통해 실력과 태도, 인성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그 분야가 무엇이건 지배력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만큼, 상대방도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해주고 대응을 시작하면 상호간에 불필요한 오해와 다툼을 그래도 조금은 줄이거나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글은 저의 개똥철학이었는데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많은 의견과 비판을 기다리고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