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가 손님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강아지처럼

by 서윤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주인공인 프로스트는 본래 심리학 교수이지만 밤에 바텐더 일을 한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파문당할 위기에 처한다. 씁쓸하긴 하지만 바텐더라는 직업의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보았을 때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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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그림체, 안정적인 스토리 진행, 흥미로운 심리학 이야기 등 내가 이 웹툰을 즐겨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스토어에서 결제까지 해가며 닥터 프로스트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프롤로그에 있었다. 심리학 교수이자 촉망받는 인재인 프로스트는 바 뒤편에서 여유롭게 잔을 닦으며 손님의 표정, 제스처, 몸의 방향 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속마음을 단숨에 알아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하여 함께 일하는 다른 바텐더들을 놀라게 한다.


작은 증거 만으로도 그 사람의 속마음까지 알아맞히는 이러한 묘사는 사실 셜록홈즈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뛰어난 추리능력을 가진 그는 상대가 가진 극히 일부분의 모습만 보고서도 숨겨진 비밀들을 알아챈다. 단지 능력의 바탕이 되는 그 수단은 프로스트는 심리학, 셜록홈즈는 관찰력일 뿐이다.


나는 위 같은 미디어들의 영향 때문인지 바텐더와 심리학이 떼어놓을 수 없는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바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런 미신에 가까운 믿음은 나로 하여금 심리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만들었고 평상시에도 심리학 관련 저서를 관심 있게 읽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이러한 견해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 격언 중에는 "사람의 몸은 의사가 치료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바텐더가 치료해준다."라는 말이 있다. 의사는 의학적 지식을 통해 사람의 몸을 치료해주지만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바로 바텐더의 몫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바텐더를 약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약사와 마찬가지로 바텐더가 준 술이 상대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바텐더들에게 손님의 얼굴 근육 움직임, 몸의 자세, 말투, 복장만으로 그 속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대신 사람을 자주 만나고 관계를 맺는 덕에 눈치가 늘 뿐이다. 바텐더를 할수록 관찰력이나 심리학적 지식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할 줄 아는 접대 능력만 향상된다. 이런 모습이 마치 바텐더가 의뢰자의 모든 고민을 들어주고 더 나아가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도그스 노즈 칵테일



드라이 진 1.5온스를 지거에 담아 맥주잔에 넣고 나머지를 스타우트 맥주로 가득 채운다. 진의 강한 맛과 산뜻한 향이 고루 섞일 수 있도록 바 스푼으로 가볍게 저어주면 알콜 도수가 제법 높은 맥주 칵테일, 도그스 노즈(Dog's nose)가 만들어진다. 맥주로는 도수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칵테일이다.


이 칵테일에 위와 같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름 그대로 칵테일이 강아지 코와 같은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이다. 강아지의 까맣고 촉촉한 코. 어둡고 촉촉한 느낌이 드는 이 칵테일에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강아지를 키운다면 우리 강아지와 꼭 비교해보고 싶을 정도로.





강아지의 코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는 주인을 미리 알아보고 반응한다. 그리고 때때로는 주인의 마음까지도 꿰뚫어 보는 것만 같다. 그런 강아지가 사람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사람이 가진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줄 수는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기고 평생의 반려자로 생각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와 같은 강아지의 위대한 능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아지와 같은 바텐더. 바를 찾는 사람은 그런 바텐더를 바라고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손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필요는 없다. 손님이 가진 문제와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저 진중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우리의 강아지들이 매일 주인에게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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