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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 Jan 10. 2020

모의 수능

D-364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험 준비로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은 2014 수능의 다음 날. 2015 수능을 대비하는 우리들이 선배들이 보았던 그 수능 시험지 그대로 학교에서 모의 수능을 치르는 날이었다. 변화된 교육과정과 수능의 출제유형 때문에 지금 보는 이 모의 수능이 우리가 실제로 볼 2015 수능과 거의 같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선배들이 느꼈던 수능에 대한 첫인상과 그 긴장감을 미리 체험해보기에는 매우 적절했다.    


           

 우리는 초조한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았다. 모의수능에 불과함에도 시험을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2014 대학수학능력시험. 선배들이 느꼈을 여러 긴장감을 머릿속에 새기며 나는 시험지의 첫 장을 조심히 넘겼다.               



 어려웠다. TV나 인터넷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는 무난 무난한 난이도라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여겨지지 않았다. 수학은 아직 진도를 제대로 나가지 않아 그렇다 치더라도 국어·영어와 같이 진도와 상관없는 과목들까지도 2학년인 나에게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끽해봐야 이제 나의 수능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부족한 나의 모습에 매우 화가 났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내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선배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온 3학년 선배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모의 수능이 모두 끝나고 나서 우리는 선생님들이 인쇄해준 답안지로 채점을 시작했다. 빨간색 굵은 선으로 과감히 그어지는 시험지의 초라한 모습. 결과는 매우 참담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모의고사 성적보다도 과목별 원점수가 10~20점가량 낮았으니, 이것이 모의고사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수능의 힘인 것인지. 그 괴리감 속에서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실제 수능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오면 안 될 텐데 ······.          


     

 채점 시간이 끝나고 나니 친구들의 대략적인 점수 분포를 알 수 있었다. 나처럼 못 본 친구도 있었지만 올해 수능을 봤다면 싶었을 정도로 높은 성적을 거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모의 수능 만점자도 있었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벌써 만점이라니. 이곳에 대단한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모의 수능이 끝난 이후에도 그 여파는 꽤 오래 남아있었다.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항상 학생들로 붐비던 컴퓨터실은 텅텅 비었으며 바쁘게 뛰어다니던 잔디구장은 팔팔한 1학년만이 남아있었고 활기찼던 우리들의 교실은 오직 책장을 넘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서서히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불안감과 초조함에 우리는 평소보다 더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공부에 매진했다. 그런 학교 전체적인 분위기가 대략 보름 정도 유지되었던 것 같다.               



 선배들이 없는 학교에서 우리는 이제 우리의 차례가 도래했음을 직감했다. 남은 1년은 이제 우리가 주인공인 시간이 될 것이다. 열심히 하자. 그리고 잘 하자. 모두가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나는 그 부담감을 이고 나의 시대가 찾아오는 그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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