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할머니

by 티거 Jang




우리 동네에는 작은 슈퍼가 하나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다리 한쪽을 걸터앉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심드렁하게 걸터앉아,


"이번에 과자 묶음 판매하니까 함 봐봐."

"치약도 편의점보다 훨씬 싸니께 천천히 봐봐."


하곤 하셨다.

계산대 옆에는 의자가 두 개 있어 친구 분이 종종 놀러와 앉아 있곤 했다.

두런두런 늦은 저녁에도 할머니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카운터를 보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친구가 없는 날에는 맞은편 티비를 틀어 놓거나 가끔 낮잠을 자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 자리가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24시간 번쩍이는 조명 아래 깨끗하고 세련된 가판대가 나열되었다.

이전의 먼지 쌓인 치약도, 언제 떼다 갖다 놓은 건지 잘 모르겠는 정체 모를 물건들은 없어졌다.

편의점에는 먼지 하나 없이 완벽하고 유통기한과 출처가 명확한 신제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할머니가 여전히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이 아직 변함없을 뿐이었다.


"멤버십 카드 있으세요?"


'띡-!' 소리와 함께 콜라와 샌드위치 바코드를 찍으며 할머니는 말했다.

난 할머니가 '멤버십'이라고 말할 때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꼈다.

이전의 여유롭던 눈빛 대신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할머니는 말했다.

알바생도 없는 할머니는 편의점 유니폼을 입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 예전에는 문 닫고 집에 갔을 시간이 넘어가도록 - 항상 그곳에 서 있었다.

의자도 없는 것 같았다.



편의점 알바생은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지위를 단지 유니폼으로 표현할 뿐이다.
막스 베버는 근대 사회의 특징인 관료적 합리주의가 궁극적으로 세상을 분노도 없고 애정도 없는, 혹은 미움도 없고 열정도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편의점 공간은 점점 기계를 닮아가고 그 안의 사람은 덩달아 로봇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 편의점 사회학, 전상인



"멤버십 카드 있으세요?"


오늘도 할머니는 하루에도 수백 번은 말했을 유일한 문장을 또다시 내게 내뱉는다.


난 왠지 미안해져서

"아니오, 감사합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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