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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posting Feb 12. 2017

누. 구. 나. 솔. 로. 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외로운 건 마찬가지



“당신은 결혼 상대자로 몇 점일까요?”     


노트북을 켤 때마다 작은 창에 뜨는 광고 문구다.

“결혼하셨어요?” 혹은 “왜 결혼 안 하셨어요?” 가, 

“안녕하셨어요?” 혹은 “처음 뵙겠습니다.”처럼 흔한 인사법이지만, 그 기저에 깔린 차별과 폭력성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저 사람 아직 솔로라며? 왜 결혼 안 했대?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냐?”     


라며 누군가의 가치를 결혼 여부로 판단해 버리는 작금의 시대.


대체결혼이 뭔데?   

         

.  결혼=종족 번식을 위한 방법?

결혼이란 원래 남성 우위 사회의 남자들이 자신들의 성욕은 채우는 대신, ‘여성의 정조는 속박한 채,’ 후사를 보기 위해 만들어낸 제도였다. 솔직히 인간이 종족번식을 하는데 결혼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 않나. 오히려 요즘은 결혼을 한다 해도 사회, 경제, 제도적 문제 때문에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부부들이 많아졌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비혼 자녀에게도 법적 혜택을 주는 나라도 생겼고, 능력 있고 소신 있는 비혼 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결혼만이 인류 보존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심지어 그리 똑똑한 만능 해결책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  사랑의 완성=결혼?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야말로 숭고한 인간의 본능이겠지만, 누군가를 사랑해 나오는 호르몬은 6개월 정도면 동이 난다고 한다. 결혼은 정으로, 동지애로 사는 것이라 변명해봤자, 100세 시대에 평생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물리 화학적, 인체 생리학적 사실에 반하는 모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해도 너도나도 한눈을 팔고, 불륜에 빠져 결국에는 간통죄 폐지법까지 등장하는 아이러니를 낳지 않았겠나.     


.  결혼=경제력신분상승의 기회?

좀 더 현실적이고 솔직한 답변일 수 있겠다. 하지만... 연애, 결혼, 출산 포기를 넘어선 N포세대의 출현과 동시에, 30대의 미혼율이 40%에 육박, 인구 1,000명당 결혼은 단 6건, 결혼한 2.1쌍 중 1쌍이 이혼, 전체 인구의 1/3이 혼밥 생활자인 대한민국. 이 통계들은 결혼이 경제력 상승의 역할을 못한다는 현실의 반영일 터. 재벌 간 비즈니스적 연합 결혼이나 엄청난 위자료 소송이 여전히 성행되고, 일부 연예인들이 재력가와 결혼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들의 사례가 뉴스에 도배된다 해서, 우리네 현실까지 바뀌진 않으니까.     


결혼하면 적어도 외롭진 않겠지...


나이 스물셋에 결혼해 애를 내리 셋이나 낳고 잘 사는 친구가 있다. 남편은 야망도 있고, 그에 걸맞은 능력도 있는 사람이고, 아이들도 큰 말썽 없이 건강하고 똑똑하게 잘 자랐다. 정말 행복할 것만 같은 그 친구는 입버릇처럼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남편 내조에 애 키우느라 자기 인생은 없었다고 한탄만 하던 어느 날, 친구는 말했다.   

  

“다 핑계였더라구. 내가 게을러서,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어. 이혼도 그렇고, 일도 그래. 내가 지금 행복하지 않은 건 다 내 책임이야. 그래도 날 조금만이라도 이해해주면 좋겠어. 너무 외로워.”     


멀쩡한 아내를 두고 늘 이혼 타령만 하는 동창 녀석이 있다. 어려서부터 공부도 잘하고 똑똑해서, 아내도 똑 부러지게 잘 골라 결혼하고는 아내가 자신과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늘 애들보다 뒷전인 자신은 돈 벌어다 주는 기계냐고 한탄만 하던 어느 날, 동창이 말했다.    

 

“도대체 말이 통해야지. 사사건건 나와 생각이 다르니 매번 싸움으로 끝나. 이제는 웬만하면 서로 안 건드리려고 하지. 그냥 집만 같이 쓰는 사람이 된 거야. 내가 행복할 거 같아? 정말 외롭다.”     


이 두 사람은 부부다. 

그리고 참 행복할 조건은 다 갖추고도 행복하지 않다고, 여전히 외롭다고 말한다. 대체 솔로인 나보다 더 외로워 보이는 이유는 뭔데? 


그래서 결혼하지 말라고?    


설마... 그럴 리가.

개인적으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어찌 감히 그 오랜 결혼 역사에 반기를 들겠는가.


혼자일 때 행복한 사람이 같이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혼자일 때 외로움을 감당할 수 있어야 같이 있을 때 공감받지 못해 생기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진심으로 향유할 수 있다. 결혼을 해도 외로울 수 있고, 결혼을 해도 혼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걸 안다면,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거야,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 거야, 따위의 환상을 일찌감치 버릴 수 있다면, 성숙된 마음가짐으로 현실의 결혼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너와 나. 외로운 솔로 두 사람. 궁극적으로 절대 하나일 수 없어. 너는 거기에, 나는 여기에. 그래도 가끔 같이 저기에 가보자. 때로는 외롭겠지만...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잖아.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커플이든 아니든, 감당하자. 

궁극적으로는...    

 

나. 솔. 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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