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쇼 <비움>
-5kg, 해마다 다이어리에 제일 먼저 적는 바람이다. (이제는 10kg 이상을 감량해야 나의 적정 몸무게이지만 말이다.) 그동안 다이어트를 아주 안 한 건 아니다. 효소 단식도 해봤고, 원푸드 다이어트도 해봤다. 그런데 그때뿐이더라. 다시 밥을 먹으면 살은 찌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새해 계획을 세울 때마다 체중감량을 목표로 세우는지…. 이것도 습관인지 모르겠다. 올해는 적지 않았다. 적어봐야 지키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도 이유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오쇼의 <비움>을 읽었다.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를 해석한 책이다. 올해 고전을 좀 읽어볼까 한다는 내 말에 요가 선생님은 요가수트라만 한 책이 없다며 권했다. 그동안 요가 선생님에게 들어온 이야기가 녹아든 탓인지 책은 어렵지 않게 읽혔다. 그러나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다.
내가 요가를 시작한 지는 꽤 오래다. 몸이 너무 무거웠다. 잠이 오질 않았다. 나는 좀 둔한 편인지라 역동적인 운동은 자신이 없었다. 요가 정도면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했다. 그러나 이내 알게 됐다. 내가 하는 요가도 그리 쉬운 건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내가 알던 요가는 스트레칭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다.
“어떤 생각이 들어오면 생각 속에 빠지지 말고 알아차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원래의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요가 수업은 명상으로 시작한다. 그때마다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 거의 7년이 다 되어가는 듯한 데 여전히 명상은 잘되지 않는다. 처음엔 이 10분이 참 힘들었다. 10분 동안 고요히 앉아 있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매번 깨닫는다. 하품이 계속 나오기도 하고, 눕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하고, 오늘 있을 일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인지, 왜 자꾸 생각들은 떠오르는 것일까, 생각에 빠지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애써본다. 그러다 보면 10분이 금방이다.
10분 명상에 이어 아사나를 한다. 나는 다른 요가 수련생들에 비하면 아사나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정상범위에 늘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사나를 할 때 선생님은 동작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등 근육을 끌어올려라, 골반 근육이 펴지게 하라, 어깨를 들어 올려라, 가슴을 열어라, 다리 안쪽 근육에 힘이 가게 하라…” 등등 몸에 세세한 근육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처음엔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따라 했다. 선생님은 유연함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에 근육이 정렬이 되면 할 수 있는 거라고 설명해준다. 여전히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되는 걸 느끼는 순간순간에 쾌감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나는 아사나를 하면서 내 몸을 비로소 느꼈다. 내 팔이나 다리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았고, 나의 몸 왼쪽과 오른쪽이 차이가 난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요가에서 아사나는 이완된 몸의 자세를 뜻한다. 참다운 아사나에서는 몸이 이완되어 깊은 휴식 속에 잠긴단다. 생활에 절제가 있고 절도가 있을 때 아사나는 가능하다(422쪽)고 한다. 그러니 나는 아직 멀었다.
나는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나서 좋다. 몸이 늘려 펴진 느낌이 참 좋다. 키도 1cm나 컸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 것도 요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몸에 힘이 좀 생긴 것 같아 좋다. 기운이 많이 생겼다. 이런 기운은 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좋아진 듯싶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좀 바라보는 순간순간들이 많아진 것이 달라졌다. 여전히 나는 버럭 잘 화를 내곤 하지만, 무수히 일어나는 내 마음들을 지켜보며 내가 왜 이럴까를 생각하는 순간순간이 늘어났다. 요가수트라에선 마음은 머릿속에 있는 실체가 아니고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이 마음을 그냥 보기만 하라고, 요가는 바로 마음을 멈추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욕망을 내려놓는 일, 어떤 관심도 두지 않는 일, 실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자신의 인격을 벗어던지는 일이 요가라고 말한다.
내가 변하라면 몸의 변화가 먼저다. 단순히 살을 빼야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내가 내 몸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단다. 요가수트라에서는 몸이 변화되어야만 인간이 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몸이 변하면 호흡이 변하고, 그러면 생각도 변화해 인간이 변화하게 된다고 한다.(25쪽). 나는 여태 내 몸이 원하는 거라고, 내 마음이 시키는 거라고, 나에게 솔직한 거라고 착각하며 미묘한 마음의 잔꾀에 매번 속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계속 수련해야 한다. 참 나를 만나는 방법이 바로 요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