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시간까지 한 시간 반이 남았길래, (하정우를 따라서) 걸어가 볼까 하고 네이버맵을 켰다. 한 시간 십분. 걸어가도 이십 분이 남았다. 걸어가기로 했다. 걷기 좋은 날씨였다. 그런데, 남산을 넘어야 했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면서 남산 케이블카 계단을 헐떡이며 올라가는데 택시를 잡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잡기엔 너무 고지대였다. 첫 번째, 택시 충동과 만났다.
헐떡이며 서울시 교육청에 이르렀을 때, 공효진이나 공유가 가위 바위 보를 했을법한 계단 앞에 섰다. 주위에 택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폈다. 많이 한적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어쩔 수 없다. 주변을 돌아봐도 피할 길이 없다. 공유는 없지만 가위바위보의 마음가짐으로 한 칸 한 칸 오르는데, 많이 봐야 네다섯 살 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빠처럼 보이는 남자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울며 자지러지고, 남자는 저기까지 올라가야 안아줄 거라며 많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엄마처럼 보이는 여자는 계단을 넘어서 사라질 때까지 뒤돌아보지 않았고 누나처럼 보이는 어린아이가 네 다섯 살의 그 아이에게 화이팅을 외쳤다.
나는 망설였다. 아버지처럼 보이는 그 남자분에게 묻고 싶었다. 살다 보면 파이팅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네 살에 계단을 상대로 파이팅해야겠냐고. 아이보다 열 배 넘게 늙은 나도 벅찬 계단인데. 부모님의 교육관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다. 다만 불편해서 보폭을 넓혔을 뿐. 그들도 이유가 있겠지. 부모 인적 없던 내가 모를 뿐.
네이버 지도는 한 시간 십 분이면 간다 했지만 길은 끝날 기미가 없다. 남산을 한참 넘어 소월길을 내려와도 식당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개와 고개, 골목과 골목을 지나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세 번째 택시 충동과 부딪혔다.
네이버 지도는 왜 한 시간 십 분이라고 했을까? 왜 네이버 지도는 산길을 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왜 나의 다리 길이와 나이, 낡은 심장박동수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왜, 네이버는 그랬을까.
(이를 악물고) 하이얏트 호텔, 인근에서 다시 산 같은 오르막길을 만났을 때, 깨달았다. 택시 충동에 항복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정우는 하정우고 너는 너다. 발목과 골반, 무릎의 모든 뼈다귀가 이만했으면 됐다 했다. 목적지까지는 택시로도 십오 분이 더 걸렸다.
그러게, 하정우는 왜 걸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