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전공의 석사학위과정 일반에 관하여 上
본 편에서는 인문학 전공의 석사학위과정 일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미학을 전공해서 미학과 대학원의 석사학위과정밖에 모르기는 하지만, 다른 인문학 전공(예를 들어, 미술사학이라든지 국사학이라든지 독어독문학 등)을 했던 주위 친구들의 증언(?)을 더해서 일반적인 학위과정에 대해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학교마다 프로세스가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므로 이 글이 얼마만큼 도움이 될 진 모르겠으나, 또한 당연하게도 여기에 적힌 것들이 전부가 아니므로, '대충' 이렇게 진행되는구나라는 식으로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저 역시 제가 해 온 방법들이 좋은 것이라서 쓴 것이 아니고 제가 아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서 이렇게밖에 쓸 수 없는 것이고, 제가 뒤돌아보면서 '아, 이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것들을 추가해놓았으니 참고만 하시면 될 듯합니다.
가장 기본은 아무래도 해당 학교의 대학원 모집 요강을 보고, 해당 학과에 맞는 서류와 시험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특정 점수 이상의 영어 성적, 학부 성적, 전공 시험 성적, 제2외국어 시험 성적, 자기소개서 및 학업계획서 등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학부 전공과 대학원 전공이 같았으므로 전공 시험은 패스했지만 만약 다르다면 전공 시험도 따로 치르게 됩니다. 제2외국어 시험은 학교에서 정해준 날짜에 가서 직접 보았는데, 저는 프랑스어를 선택했으므로 불어불문학과 사무실에 가서 대학원 응시자에게 나눠주는 시험 족보를 얻어와서 공부했습니다. 전공 시험 역시 과사무실에서 족보를 주는데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원 전공과 학부 전공이 아예 달라 이것으로 독학하기 쉽지 않다면 인터넷 카페에 00대학원 00학과 시험 준비 모임 등이 있어 그룹으로 스터디를 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원 입시에서 준비할 서류 중에 학업계획서라는 것이 있는데, 대학원에서 어떤 식으로 무엇을 공부할 예정이고 이를 토대로 향후 진로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을 작성하게 됩니다. 이 학업계획서는 면접에서 교수님들께서 질문을 하는 기초자료가 되므로 잘 작성해야 하는데, 이 '잘'이라는 기준은 얼마나 그 학과와 교수님들의 전공에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여, 학과 사이트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개설되는 강좌의 내용과 해당 학과에 속한 교수님들의 전공, 그리고 학교 도서관 사이트에서 해당 학과에서 배출한 석박사 졸업생의 학위 논문 등을 미리 검색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본인이 생각해놓은 확고한 연구주제가 있으면 그 내용을 작성하면 되지만 내가 앞으로 다닐 대학원에서 주로 어떤 내용으로 학위 논문이 나오고 있는지를 파악해 놓으면 향후 연구주제가 변경될 것에 대비하여 플랜 B를 짜 놓을 수 있습니다.(저는 이 단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플랜 B가 없었고 그래서 논문 주제를 찾기 위해 빙 돌아가야만 했지요)
학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혹은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전공과 관련된 교양 수준 이상의 책들을 읽으면서 워밍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원은 결코 친절한 교육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학부 때처럼 입학해서 선배들이 대학원에서 배워할 것들과 강의 시간에 준비해야 할 것 등을 가르쳐주거나 강의 시간에 조교가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주거나 하지 않습니다. 또한 대학원은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가는 곳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내 연구주제를 찾아서 공부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입학 전부터 두뇌를 깨워놓아야 합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뭔가를 시작하고 배우려고 하면 아마 적지 않은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보통 석사학위과정은 4학기(2년)로 구성됩니다. 4학기 동안 석사 과정생으로서 들어야 할 학점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총 24학점을 들어야 했고, 한 강의당 3학점이었으니 2년 동안 8개의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원 마지막 학기부터 논문에 집중하기 위해 수업을 앞의 세 학기에 몰고 마지막 학기는 한 개 강의나 아니면 필요한 수업의 청강을 하면서 본인의 연구주제를 공부합니다. 하지만 대학원 강의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한 학기에 3개의 수업(9학점)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빡셉니다. 일단 읽어가야 할 텍스트의 수준이 어렵기도 하고(2차 텍스트가 아니라 원서를 원어로 읽으므로) 어려운 텍스트를 나의 말로 풀어서 발제문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정한 연구주제와 동일하거나 흡사한 강의가 있으면 그것을 들으면 되고, 만약 없을 경우에는 교수님이나 강사 선생님이 올려주신 강의계획서를 보고 앞으로 나의 공부에 도움이 되거나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는 텍스트를 읽는다면 그 수업을 신청하면 됩니다. 아무래도 학과에서 개설할 수 있는 강좌의 수나 종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듣고 싶은 강의가 없으면 다음 학기에 개설될 강의를 들으면 되고, 아니면 비슷한 종류의 타과 수업을 청강할 수도 있습니다.(미학과의 경우 학문적 특성상 철학과와 미술사학과에 겹치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종종 이 쪽으로 청강을 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첫 수업에서 맡은 텍스트가 자끄 라깡의 <정신분석 경험 안에서 드러난 '나'의 기능의 형성자로서의 거울 단계>라는 논문이었습니다. 이 논문은 (프랑스어로) 비록 7페이지의 짧은 분량이지만 13년 동안 라깡이 세밀하게 구축해 온 상상계를 압축하여 설명하고 있기에 간결한 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텍스트였습니다. 그리하여 대학원 신입생인 저는 2차 텍스트에 많이 의존하여 발제를 준비해 갔고, 많은 학생들 앞에서 교수님께 혼이 나곤 했습니다. 어쨌든 2차 텍스트는 원저자를 2차 저자의 의도와 관점으로 분석한 텍스트이기 때문에 원저자의 텍스트를 리딩해야 하는 훈련이 필요한 석사 단계에서 2차 텍스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피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발제문 작성은 어떤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수님마다 스타일이 다르기도 하고 정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만, 제가 배운 방식 중 하나를 참고로 알려드리면 이렇습니다. 먼저 자신이 맡은 텍스트의 전체 내용을 A4 반페이지 분량의 '나의 말'로 요약을 합니다. 그리고 텍스트의 목차를 내가 새로 구성합니다. 주로 수업에서 활용되는 원저자의 텍스트에는 목차가 없거나 간단하게 되어 있을 터이나, 분명 저자는 머릿속에 짧은 목차를 생각한 뒤에 문단을 구성하여 글을 썼을 것이므로 저자의 의도가 드러나게끔 목차를 재구성해봅니다. 발제문의 서론에서는 이 텍스트에 대한 짧은 설명을 붙이고(언제 어디서 왜 썼는지 등등), 텍스트의 구성을 이렇게 재구성한 발제문의 발표자인 '나'의 의도에 대해 A4 한 페이지 분량으로 서술합니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내가 정한 목차대로 라깡의 텍스트를 요약하고 나의 말로 설명합니다. 필요하다면 2차 텍스트나 한국어 번역본을 참고한 뒤 각주나 미주로 정리합니다. 발제문이 중요한 것은 어떤 숙제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이것을 작성하기 위해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내 생각대로 정리하는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제문은 짧은 글이지만 이 글들을 쓰는 훈련을 통해 향후 논문이라는 긴 호흡의 글을 쓸 수 있는 기본기를 기르게 됩니다.
코스웍 단계에서는 주로 원저자의 원서를 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 리딩에 들어가는 시간이 어마어마합니다. 강의를 위해 읽어야 하는 텍스트와 별개로, 나의 연구주제를 위해 산더미 같은 텍스트를 읽으려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부 시절처럼 수업만 듣고 놀러 갈 수가 없습니다. 수업은 수업대로 준비해야 하며, 추가적으로 자율 학습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인문학의 경우, 원서를 읽기 위해서는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를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원어민 수준으로 회화까지 가능한 수준의 실력이 아닌, 텍스트를 독해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법과 단어, 동사 변형 등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미학에서는 독어, 불어가 가장 흔하고 고대 희랍철학이나 중세철학으로 논문 주제를 잡는다면 희랍어나 라틴어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만약 역사 분야의 인문학 전공이라면(동양사학, 서양사학, 국사학 등) 일본어나 중국어 등이 추가로 필요할 테고, 고서를 분석하기 위한 옛날식 일본어나 한자를 따로 공부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제2외국어는 이미 알고 있으면 가장 좋고, 그렇지 않으면 코스웍 기간에 시간을 내서 공부해야지 수료 후에 공부하려면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동기들은 알리앙스 프랑세즈 같은 프랑스어 교육기관을 다니면서 배우기도 했습니다. 외부 기관이 아니더라도 교내에 있는 언어교육원 등과 같은 외국어 교육 시설을 적극 활용하면 됩니다.
학위논문을 위한 연구주제나 철학자를 이미 찾았거나 아니면 간단한 키워드 정도로만이라도 구상해 놓은 것이 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자료와 선행 연구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내가 선택한 주제가 이미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닳고 닳은 주제이고,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최근까지 수두룩하게 발표가 되어 있다면 굳이 내가 연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새로운 주제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에 발표된 연구들 중에서 내가 참고할 것은 참고하되, 그들보다 반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됩니다. 물론 이 반 발자국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관련 자료와 선행 연구를 찾기 위해 이용한 논문 데이터베이스는 아마 다 비슷할 것입니다. 국내 연구는 DB PIA나 RISS, KISS 등이 있을 것이고, 해외연구는 Google Scholar나 JSTOR 등이 있을 것입니다. 구글 스칼라를 제외한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는 대부분 학교 도서관에서 일정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독권을 체결해놓았을 테니, 학교 도서관 사이트에서 로그인을 한 뒤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 접근하면 무료로 논문을 다운받을 수가 있습니다. 저는 주로 JSTOR를 이용하였는데, 제 연구주제의 핵심 키워드인 'Jean-Luc Nancy'나 'Community Art' 등으로 검색하면 영미권 학술대회에서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발행한 여러 페이퍼들이 나와서 현재 국제적으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선행 연구들을 검색해보면 애매모호하던 나의 연구주제가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뿐 아니라 이미 졸업한 선배들의 논문은 향후 내 논문을 구성할 때 도움이 됩니다. 물론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론상의 어떤 도움을 기대하진 말아야 합니다. 어차피 선배들의 석사 논문이나 나의 석사 논문이나 수준이 비슷할 것이기 때문입니다(만약 굳이 내용 면에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참고문헌 리스트 정도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선배들의 논문에서 배워야 할 점은 목차의 구성이나 논의 전개 방식, 1장-2장-3장에서 다루는 내용의 흐름 등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우리 학과의 학위 논문 포맷이 무엇인지 알아두어야 내 논문도 그 포맷에 맞추어 작성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세부 전공이었던 미술이론 분야의 학위 논문 포맷은 1장에서는 내가 다루고자 하는 미술 사조의 시대적인 배경과 흐름, 미학 및 미술사학계에서의 연구 동향, 그 안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 대안인 철학 이론을 2장에서 상세하게 다룹니다. 그리고 3장에서는 2장의 이론을 1장의 문제점에 적용한 뒤 그것을 적용한 사례로서의 미술가와 미술작품 분석이 주된 내용이 됩니다. 물론 이것 외에도 다른 포맷이 있는데(모든 주제가 비슷하지 않으므로) 각자 자신의 주제와 비슷한 논문의 포맷을 선택하면 됩니다.
논문 주제가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면 이제 관련 텍스트의 범위를 점차 좁혀서 꼼꼼하고 촘촘하게 읽어야 합니다. 내가 선택한 이론가의 논의를 '아, 그렇구나' 정도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논의 구조나 전개 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비판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보통 자신이 선택한 이론가의 이론에 대해 전적인 동의와 호감이 깔려 있기 때문에 비판보다는 거의 신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편, 원저자의 텍스트를 리딩 할 때 혼자서 읽고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철학자들이 있습니다. 니체나 하이데거, 들뢰즈, 데리다, 라깡 등과 같은 현대 철학자들은 저서의 분량도 많을뿐더러 워낙 이론이 어렵고 난해한 글쓰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들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세미나를 찾아서 참석하면 좋습니다. 아마 대학원 내에 같은 이론가를 공부하는 그룹이 있을 것이고, 그 스터디를 이끌어 줄 박사학위를 취득한 강사 선생님들이 함께 도와주실 것입니다. 아니면 비슷한 전공의 타과 대학원 세미나를 참석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낭시의 <무위의 공동체> 텍스트는 석사 수준에서 혼자 공부하기에도 무난한 난이도라 저는 혼자 리딩 했지만(물론 엄청 힘들었습니다) 위의 이론가들은 결코 혼자 공부해서는 5년이 걸려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꼭 함께 공부해야만 합니다.
미학과의 경우, 그리고 제 분야의 경우 미술사와 미술이론도 철학 이론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저는 철학 텍스트 리딩과 별개로 미술이론 세미나 등에 참석해서 미술사와 동시대 미술 이론에 대한 영미권 텍스트도 함께 읽어야 했습니다. 아마 인문학 대학원이라면 이런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문학 전공의 경우에도 문학 텍스트 리딩과 별개로 그 텍스트를 분석할 이론가의 이론도 따로 공부해야 할 것이고, 역사학의 경우에도 고증 분석은 분석대로, 역사학 이론은 이론대로 공부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텍스트 리딩을 하면서 내용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면 이제는 프로포절을 작성해 봅니다. 교수님께 처음 선보일 프로포절은 완벽할 필요가 없으며 논문의 가제목과 이 논문의 목표, 주제, 논의 전개 방식 등에 대한 짧은 설명을 A4 1-2장 정도로 정리하고, 참고문헌 리스트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너무 길게 작성해가면 교수님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읽지 않으실 것이고, 그냥 요약해서 말로 풀어보라고 하실 것입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틈틈이 교수님께 면담 신청을 해서 프로포절을 들이미는데, 중요한 것은 준비성과 예의일 것입니다. 텍스트 리딩도 안 되어 있고 참고문헌 리스트도 작성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프로포절만 임기응변식으로 쓴다고 교수님께서 통과시켜주실 것도 아니고, 내가 논문을 쓸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잘 정돈된 프로포절 텍스트로 입증해 보여야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대부분 한두 장의 프로포절만으로도 이 논문이 잘 쓰일 것인지, 석사학위논문 수준의 분량이 나올 것인지 짐작하실 것이므로 어떤 부분을 보완해보라는 식의 피드백을 주십니다.
그렇게 몇 번의 피드백이 오가고 난 뒤, 제대로 된 프로포절을 작성하게 됩니다. 이 프로포절에는 논문의 제목, 어느 정도 자세한 목차가 들어가야 하고, 논문의 목적과 논의 전개 방식에 대한 요약, 본문의 각 장마다 들어갈 내용의 요약, 결론, 참고문헌 및 참고도판(해당 시) 리스트가 붙어야 합니다. 프로포절에서 중요한 것은 자세한 이론적 설명이 아니라 논문의 뼈대에 대해 명확하고 단순한 문장으로 연구자의 생각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주제를 선택한 이론적 배경과 문제의식이 무엇이고,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선택한 이론가는 누구이며, 이 이론을 통해 연구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어떤 식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될 수 있는지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프로포절을 작성하려면 사실상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설계가 머릿속에 이미 있어야 합니다. 물론 프로포절은 논문이 아닌, 어디까지나 프로포절이므로 향후 본격적인 논문 작성이 시작되면 조금씩 내용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프로포절 단계에서 정립해 놓은 나의 문제의식과 주장, 이를 뒷받침하는 논의 구조 등과 같은 큰 뼈대 자체가 흔들릴 것은 아니므로(이것 자체가 흔들리면 논문을 처음부터 새로 써야 합니다) 프로포절 단계에서 이 구조를 단단하고 확실하게 만들어놓고 가야 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 연구주제가 정해진 뒤에 두 학기 반에 걸쳐 35개 버전의 프로포절을 작성하고서야 교수님께 컨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