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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수 Mar 03. 2021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

그 소리에 아기도 함께 깨지요^^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 집은 제리(검은 푸들, 6세, 남)의 짖는 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의사도 인정한 성량을 자랑하는 제리는 외부 소리에 매우 민감하여 새벽배송으로 도착한 택배가 문 밖에 도착한 소리에도 짖고, 옆집 사람이 출근하느라 현관문 열고 나오는 소리에도 짖는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제리는 짖었고, 그 소리에 나와 남편과 험블이(사람 아이, 3세, 남)가 차례로 눈을 떴다. 남편은 짖는 제리를 황급히 안아서 침실 밖으로 나가고, 나는 황급히 험블이 침대로 가서 깨지 않고 제발, 제발 다시 잠들기를 기도하며 가슴을 토닥토닥해주지만 이미 험블이는 눈을 또랑또랑 뜬 채로 거실로 나가자고 일어선다. 그리고 나는 누구도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욕을 뱉으며 일어난다. 


이게 험블이를 낳고 3년 동안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이다. 험블이를 낳기 전에는 제리가 우리의 유일한 자식이었기에 그를 사랑하고 이뻐하고 한없이 용납되었던 일들이 험블이가 세상에 나온 뒤로는 우리에게 미친듯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물론 스트레스만 받는 건 아니다. 지면에 공개할 수 없는 엄청 웃기고 엽기적인 일들이 자주 벌어져서 그 덕분에 배를 잡고 웃기도 한다. 


애가 개껌을 자기 장난감인 줄 알고 씹고 있기도 하고, 개 사료를 먹기도 하고, 개 먹는 물에 손을 씻기도 한다. 개는 애 침대가 자기 껀줄 알고 뻔뻔하게 누워 있기도 하고, 애가 먹다 뱉은 밥을 먹으려고 식탁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낚아채 먹는 게 일상이다. 


남편과 나는 험블이가 태어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애와 개를 같이 잘 키울 수 있을지 강형욱 씨의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래서 그냥 아무렇게나 키우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시트콤 같은 우리 집. 그중 공개할 수 있는 것들만 여기에 공개하기로. 이 모든 게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일상이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애와 개를 육아하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특히 대형견주들께는 더할 수 없는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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