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치우고 오줌 치우면 다 가는 하루
제리는 실외 배변을 하는 개다. 물론 실외 배변이 불가능한 날에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도록 훈련을 시켜놨다. 험블이가 태어나기 전에 살았던 아파트는 1층이어서 제리가 오줌이 마려워 보이거나 똥이 마려워 보이면 그때그때 바로 데리고 나가서 해결을 했었다. 그런데 험블이가 태어난 후로는 아무 때나 산책을 나갈 수 없으니 제리도 그 점은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럼에도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 번의 산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했다. 하루 두 번 산책은 너무 적지 않나? 두 번 산책이 어려운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애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단번에 아실 거다. 험블이는 생후 66일부터 바깥 외출을 시작했는데, 그 말인즉슨 험블이가 외출할 때는 제리도 산책하러 나간다는 거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험블이의 오줌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똥기저귀를 갈았다. 그와 동시에 제리의 오줌을 치웠다. 그리고 시작된다, 산책 나가자고 보채는 제리의 짖음과 낑낑거림. 우리말에 관용어로 "똥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진짜 그 말이 딱 맞다. 똥 마려운 제리가 꼬리로 항문을 틀어막고 곧 죽어도 집에서 안 싸고 밖에서 싸겠다고 시위를 시작하면 그래, 차라리 내가 고생하더라도 나가고 말지, 드럽고 치사해서 나가고 말지 하는 심정으로 아직 뒤집기도 못하는 아기를 꽁꽁 싸매서 유모차에 태우는 것이었다.
험블이가 유모차에 가만히 누워있을 때는 그래도 사정이 나았다. 자라면서 유모차를 거부하는 시기가 왔고, 나는 그럼 제리를 산책시키기 위해서 험블이 옷을 주섬주섬 천천히 입히고, 혹시 모르니 기저귀나 분유나 쪽쪽이 등등을 다 챙기고, 나는 씻지도 않고 잠옷인 듯 잠옷 아닌 외출복을 입은 채 아기띠를 하고 제리를 데리고 나간다. 아기띠를 앞으로 한 채 배변 산책을 나가면 똥을 치울 때 좀 난감하긴 하다. 특히 아기가 앞보기를 하고 있으면 개똥을 치울 때 아기가 개똥과 매우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뭐, 그러든 말든 나는 개똥을 후딱 치우고 비닐에 담고 들어온다.
험블이가 아직 분유와 이유식을 먹을 시기에는 똥이 묽어서 기저귀를 갈 때 흘리지(?) 않게 잘 갈아야 했는데, 어느 날은 목욕시키고 잠깐 기저귀를 벗겨 놨는데 그 순간을 못 참고 바닥에 주르륵. 나는 그걸 험블이가 밟거나 몸에 묻히지 않도록 제지시키는 동시에 제리가 그걸 코로 킁킁대다가 맛이라도 보지 않도록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물티슈를 가지고 와서 닦곤 했다. 정말 끔찍했다.
이제는 험블이가 자유자재로 걷고 뛰기 시작하니까 제리 산책을 자기가 시키겠다고 리드 줄을 잡고 다닌다. 예전에는 제리가 오줌 쌀 때도 리드 줄을 끌기 바빴는데, 요즘에는 오줌 쌀 때는 의젓하게 기다려주기도 하고 똥 쌀 때는 똥 나오는 모습이 신기한지 가만히 집중해서 보고 있다. 사람으로 커야 하는데 모글리가 될까 좀 두렵기도 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와 남편은 험블이에게 이제 똥도 네가 치우렴, 이라고 말해준다. 곧 그 날이 올 것 같다.
+ ) 요즘 제리가 속이 안 좋아서 단단한 똥이 아니라 진흙 같은 똥을 싸는데 어제저녁에는 참지 못하겠던지 화장실에 엄청 푸짐하게 싸놓고, 그걸 또 밟고 다녀서 온 집안에 똥 발자국이 있었다. 나는 험블이 방에서 험블이랑 놀다가 잠깐 나왔는데 그 광경에 말을 잇지 못... 바로 제리 발을 닦고, 물티슈로 똥 발자국을 닦는데 험블이는 화장실 앞에서 그 진흙 같은 똥 무더기를 보면서 "우와, 우와" 하고 있었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이라 집에 혼자 있다가 그런 화를 당했다. 이래서 비 오든 눈 오든 산책을 나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