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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Jun 18. 2022

마음이 힘들 땐 몸이 더 힘들면 괜찮다

6hr 40min, 34.1km, 38,696걸음, -3,272kcal

21년 6월이었던가... 제주로 날아가서 종일 걷다 뛰다 한 날의 기록을 남겼었는데, 작가의 서랍에 보관되어 있던걸 이제야 찾았다..

그날, 무지막지하게 걷고 거의 탈진해서 돌아오면서, 바뀐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좀 나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초코빠라도 하나 챙겨갈걸... 싶었다.




연말이면 늘 마음이 싱숭생숭한 일들이 생기곤 했다. 한해를 잘 보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을 정리할 새도 없이 곧 시작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분잡스러움 때문에 얽힌 마음으로 시간이 흘러가곤 했다. 그러다 제주도를 걸어보자. 렌트하지 말고, 그냥 발 닿는 데로 걸어보자고 시작했던데서 내 새로운 숨구멍이 만들어졌다. 


원래는 늘 연말에 혼자 잠깐 다녀오곤 하는데, 이번에는 초여름 6월 중순에 당일로 훌쩍 떠나게 되었다. 

어디를 갈지도 생각 안 하고 우선 티켓을 끊었다. 예약하고 보니 비행기를 제때 타려면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조금 멍-한 머리로 비행기를 타고 남해 위를 지나고 있을 때, 

문득 어디로 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날씨가 이랬지... 바싹 익어버렸다...

당일치기로 한라산은 무리일 것 같아서 1100 고지로 목표를 정하고, 버스로 제주제일고등학교까지 갔다.

해발 1100미터, 1100 highland라고는 하지만, 별로 어렵지 않게 10km 조깅을 하는 나니까 '딱 적당하네'하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예보에 가방에는 옷가지가 조금 들어있었지만, 너무나 맑은 하늘에 옷들은 단지 무게만 더한 짐이 되었다. 

어째 사진 포즈는 점점 아재.... 돌아올 수 없는 아재의 길을 넘은지 어언 10년이다... 아무렴.

고갤 푹 숙이고 오르막을 뚜벅뚜벅 걷다가 잠깐 앞을 보니, 길이다. 

갑자기 귓전에 20년 전에 듣던 g.o.d의 '길'이라는 노래가 떠올라서 이어폰을 꽂았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어디로 갈지도 안 정하고 무턱대로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노래 가사가 가슴을 때리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시작한 오늘이지만, 오늘 제주로의 걸음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는 오늘 내 걸음의 테마송이 된다.



어쨌든 목표한 1100 고지를 찍기 위해서 걸음 속도를 늦추기 않고 열심히 걷다 보니 갈림길이 나온다. 맵을 확인 해보니 어느 쪽으로 가든 다시 만나는 도로였다. 선택할 것도 없이 그냥 앞을 향해 걸었다. 만약 맵이 없었다면 좌우를 기웃기웃 했겠지. 한쪽으로 슬며시 올라가 보고, 아닌 것 같으면 되돌아 나왔어야겠지. 

걷는 중에 갈림길이 참 여러 번 나왔던 것 같다.

삶의 지도가 있었다면, 이렇게 헤매고 있지도 않겠지...


올해도 왠지 한 번 가서 몸을 혹사시키고 돌아와야겠다.. 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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