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수 있다는 감사, 일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
감사한 기회가 주어져 두 번째 이직을 했다. 아직 '했다'는 아니다.
전 직장에서 퇴사 후 다음 직장으로 출근하기 전인 'garden leaving' 상태다. 비록 1주일이기는 하지만 곧 출근할 곳이 있는 상태에서 무직 상태를 즐기는 것은 참 즐겁다.
미용실도 낮에 가고, 영화도 낮에 보고, 운동도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처음 이직할 때는 회사를 정하지 않고 첫 직장을 퇴사했다. 질렀다. 홀가분함은 며칠뿐이다. 2주일이 지나자 카드 대금 청구서와 수정된 의료보험증이 집으로 날아왔다. '아차' 싶어서 휴대전화 요금제도 가장 저렴한 것으로 바꾸고, 무제한 데이터가 끊어지고 와이파이존을 찾게 되었다.
돈(신용카드를 써서 지금 쓰는 돈이 아니지만 계속 청구되는)의 무서움에 현재의 지출을 줄이려고 애썼다. 커피도 1천 원에 리필되는 TWOSOME 가서 마시고.
다행히 이번 garden leaving 은 그때와 다르다. 아직 날은 풀리지 않았지만 가슴에 서늘함은 없다. 그때는 여름이었는데도 저체온증처럼 가슴이 서늘했었는데.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는 '회사는 내가 일을 하는 그 시간 동안만 급여가 지급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수입이 없다'는 당연한 말이다.
이직 후 업무 성과를 내고, 성취감을 맛보며, 동료들과 소속감으로 똘똘 뭉쳐 회사생활을 할 테다. 하지만, 역시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만이다. 직장인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고, 다른 모두가 이렇게 산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specialty'를 키우고 'network'를 뻗어야 한다. 일하는 동안만 돈을 벌 수 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도 결국 직접 진료를 보고, 변호를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면에서 고용인이라면 모두 같은 입장이다.
결국 이번 garden leaving 중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일할 곳이 정해진 상태의 백수는 행복하다.
행복을 즐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일해야만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plan으로 pipeline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