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분양전문점은 왜...
늦은 시간에 뭐 살게 생겨서 다이소로 나갔습니다. 어둑어둑한 길인데,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더 껌껌한 길에, 환하게 불이 밝혀진 샵이 있습니다.
강아지 분양소인데요, 기사(링크) 등에서 여러 번 다루는 것을 보긴 했는데 동네에서 이렇게 샵을 본 건 처음이네요(그간 눈에 안 들어왔을 수도 있구요).
지나가면서 슥~ 봤더니, 칸막이로 되어 있고, 강아지들 머리 바로 위에 LED 램프가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빛과 소리에 좀 민감한 편이라, 일할 때도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고 일할 정도인데, 이 램프들은 하얗다 못해 새파란 빛을 강아지들에게 내리쬐고 있습니다.
1층에는빛이 싫은지 고개를 창 밖, 어둑한 도로쪽으로 돌리고 있는 강아지도 있고, 배변매트 아래를 파고 들어서 빛을 피하는 강아지도 있네요. 좀 안된 생각에 가까이 다가가자, 엎드려서 쉬다말고 저를 보고 방방 뜁니다. 그래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혹시 논란을 일으킬까봐 말씀드리면,
저는 고기를 아주 좋아하고, 특히 어린 고기 (송아지 스테이크, lamb shoulder 스테이크 등)는 정말 좋아합니다. 고기 먹는 놈이 뭔 생명 타령인가~ 할까봐요.
저는 세상 모든 것이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품은 팔려야하고, 팔리기 위해서는 상품가치를 높여야 하죠. 그래서 포장, 광고, 브랜딩 같은 걸 하는거구요. 근데 강아지들을 보니 좀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은 박스 크기 공간에 배변 시트랑 급수대만 달랑 있고, 밤이든 낮이든 환하게 조명을 밝혀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도록 만들어진 공간에 갖혀 있는 모습이 그랬나봅니다.
상품(강아지)를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쳐다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같은 공간에 많은 상품들을 진열해야 하니까 쇼윈도를 저렇게 디자인한거겠죠. 효율성을 높여야 하니까요. 하지만, 눈이 시리게 환한 빛 아래서 고개를 파묻고 있는 강아지를 보니까 힘들어보였습니다.
상품은 맞는데, 감정이 있고, 감각을 느끼는 생물이라면 조금은 배려를 해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걸 싶습니다. 제가 즐기는 스테이크나 계란 등등도 요새는 '동물복지(링크)'라는 브랜딩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목장에서 뛰어노는 소, 케이지 밖에 넓은 공간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닭 (링크)이 낳은 계란 등 이런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시장성이 확인이 되면 점점 시장이 커질 것도 기대해 봅니다.
산업동물(소, 돼지, 닭 등)과 달리 반려동물로 구분되는 개, 고양이 등의 분양 시장은 되려 '동물복지'컨셉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우선 빨리, 많이 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저런 쇼윈도 케이지가 생겨난것일테니까요.
저는 커뮤니티를 이용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까페에도 물론 사업자들이 활동을 하지만, 개인이 강아지를 분양하기도 하고, 접할 수 있는 확률도 높으니, 기르던 강아지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분양하는 케이스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면서, 입양하고 기르던 동물들이 유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하네요(링크). 동물보호소를 가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상처입은 동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약간의 각오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또 유기동물 보호소 컨셉의 펫샵도 생겼네요. 이런 곳은 이용하면 안되겠지요(링크)
그게 어렵다면, 동네 동물병원에 한 번 찾아가 보세요. 그 병원을 이용하는 고객의 반려동물이 낳은 새끼들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적절한 비용은 지급하셔야겠지만, 강아지 공장에서 상품으로 취급되는 강아지를 구입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장이 있는 곳에는 공급과 수요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약간만 더 생각해보면 그 시장이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