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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Aug 12. 2022

그러면 그게 정말 중요한 약속이었던가?

코로나19로 인간관계에 현타 맞은 동생의 이야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22년 8월 12일 현재 기준으로 10만 명이 넘는 일일 확진자 추세가 4일째 이어지고 있네요 (링크). 누적 확진자 수도 210만 명을 넘겼고요. 이러다 보니 지금까지 안 걸리고 잘 피해 간 사람들도 이제는 코로나에 걸리고 있습니다. 


누적 210만 명 돌파


얼마 전에 만난 학교 동생이 있습니다. 못해도 서너 달에 한 번은 보자고 하는 동생인데, 얼마 전에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맹맹한 목소리가 여전했고, 후각과 미각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좀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 친구가 이번에 코로나 걸리면서 얻게 된 인사이트(현타)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이렇게 정리해봅니다. 몸에 몸살감기 기운이 느껴져서 자가 진단 키트를 사용해 보니 두줄이 나와버렸고,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다들 비슷한 패턴이죠. 저도 그랬고).


이 동생은 KMBA 인사다 보니, 정말 매일매일 약속, 모임, 특강, 컨설팅 등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코로나 확진될 때도, 향후 5주 동안의 일정이 다 잡혀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확진이라니!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정은 취소해야만 했죠. 그 친구가 참여하고 있던 수많은 카톡방에 '죄송한데 코로나 확인이 되어서, 일정을 소화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인사말을 남기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카톡방에서 다 나오게 되었답니다 (KMBA는 매 모임마다 카톡방이 새로 열리고, 그 일정에 참석 못하는 사람들은 방에서 퇴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쁘고 활발하게 여기저기 다 참여하던 이 친구가 '단지' 코로나에 걸렸다는 '단순'한 이유로, 카톡방에서 나오는데 문득,


그 수많은 약속들이 이렇게 쉽게 취소되어도 큰 영향이 없다면, 이런 약속들은 정말 중요한 것이었나?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면, 카톡 방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다 사라져 버리는 이 일정들을 다 했어야 했나?

하는 깨달음(현타)이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친구는 자가 격리가 끝난 후에 다른 미팅들에 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약속을 취소했대요. 그리고 혼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전시회를 다니고 다이어리에 느낀 점과 생각들을 적어가면서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런 혼자 보내는 시간을 가진 후에는 약속을 대폭 줄였고 그래서 좋다고 했습니다. 





회사와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정신없이 바쁘고 빡빡한 일정이 당연하다고 여겨집니다. 코로나로 사람들과의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긴 지금도 여전히 생활의 밀도가 상당한 때가 있습니다. 가끔이나 자주, 이 날 이 친구가 해 준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내 생활에 대해 질문을 계속 던져야겠습니다. '그러면, 그게 정말 중요한 약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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