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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Aug 21. 2022

제가 누군지 어떻게 아시나요?

조직을 개선할 수 있는 천금의 기회, exit interview...

얼마 전, 학교 친구들과 MT를 다녀왔습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근황을 알려주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 말고도 회사를 그만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의 exit interview 사례에서 느낀 점이 있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구성원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내는 목소리를 회사에 전달하고, 반영이 되는 과정에서 그가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조직이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 없는 사람, 즉 조직의 영향력 밖의 사람이 될 퇴사자에게 듣는 이야기는 어쩌면 가장 진솔할 수 있는 그런 피드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친구의 exit interveiwer는 그러나, 첫인사부터 헛발질을 심하게 하며 그의 입을 막아버렸답니다.


"OOO님, 퇴사하신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습니다. OOO 님처럼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회사 다니시는 분이 갑자기 그만두신다니요?"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후 입사한 그 HR 분과 그 친구는 일면식도 없어 차 한잔은 커녕, 서로 얼굴을 본 게 그날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화상 미팅으로요. 너무 flattering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살짝 상한 친구가 그래서 확인 질문을 했습니다.


"XXX님,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시나요? 오늘 처음 인사드리고 뵙는 것 같은데, 저를 누구라고 알고 계신지요?"


이렇게 되물었더니, XXX 님은 상당히 당황하면서, 제 친구의 상사에게서 들었던 말이라며 얼버무렸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자기한테 '우쭈쭈~ 해 준 다음에 이거 저거 물어보려고 수를 쓰다가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초장부터 기분이 확 상했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겉도는 질문 - 이직하는 회사가 어디냐, 거기서의 처우는 어떤지, 지금 회사가 더 나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점 등 - 서너 개 물어보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XXX 님 본인이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해서 캐물어 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있을 인사에 해당되는 사람들에 대한 피드백을 종이에 받아 적으면서 까지 심층 질문을 하는데, 그 속내가 너무 보여서 제 친구는 남은 인터뷰 시간에 진심으로 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기껏해야 20~30분인 퇴사자 인터뷰에서 어설프게 친한 척하면서 짧은 시간에 원하는 답을 들으려고 잔기술을 쓰지 않았다면 그 시간의 대화는 어땠을까요?


처음부터, 그동안 인사도 못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이렇게 퇴사 소식을 듣게 되어 정말 놀랐다고, 그래도 남아서 계속 일을 하게 될 동료들을 위해서 개선할 수 있는 의견을 주면 고맙겠다고 솔직하게 의견을 청하고, 또 경청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OOO는 맥주 한 모금과 아쉬움을 들이켰습니다.


저도 사회생활을 짧지는 않은 시간 동안 하면서 보니까, 인간관계에 테크닉이나 기술은 분명 있긴 한데, 그 무엇보다 잘 작동하는 방식은 투명함과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점점 더 많아집니다. 어설프게 친한척하면서, 은근슬쩍 묻어 넘기려는 기술 보다, 솔직히 오픈하고 짧은 관계라도 형성하는 게 더 먹힐 때가 많지 않을까요? 인간관계 스킬은 그다음에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래간만에 친구들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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