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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Aug 19. 2022

지금은 퇴사와 출근 사이

직장인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 시간

얼마 전에 썼던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5년 넘게 다닌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엄밀하게는 회사에 적은 두고 있지만, 출근은 하지 않으며 연차 휴가를 소진하는 중입니다.


새 회사에 출근하는 시간은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고요.


제 소식을 아는 분들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시기'라고 얘기해 줍니다. 맞죠 : )




한 직장에서 시작해서 그곳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 그러셨고, 주변에 꽤 많은 분들이 그것을 목표(?)로 일하고도 계시더라고요. 반면, 저의 이직을 부러워하면서 본인도 '조만간' 이라며 다짐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4번째 회사로 출근하게 되는데, 이직이란 게 어떻게 보면 이사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집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면, 너무나 편안한데 정리할 것들이 쌓이고. 그래서 집은 점점 더 복잡해지지만, 굳이 정리할 동인은 없는 상태. 그러다가 이사를 한 번 하게 되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던 접시부터 이불이며 옷가지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요.


하지만, 회사를 옮겨 새로운 영역에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겨우 묵은 짐을 처리하고 새 출발 한다는 정도로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삶의 큰 부분이 걸린 선택이니까요.




생에 처음 취직하고 그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는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나 피폐해져서 퇴사가 유일한 옵션이었죠. 지금 생각해 봐도 그렇습니다. 그때는 다음 회사를 결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뛰쳐나왔습니다. 다행히 다음 출근을 결정하는 그 사이에 건강을 회복하면서 책을 쓸 수 있었죠.


두 번째 퇴사 때는 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다니는 회사에서는 더 오래 있어줄 것을, 다음 회사에서는 빨리 출근할 것을 요청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처음으로 북한산도 올라가 보고 (태국에서 사 온 냉장고 바지를 입고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갔다가 다 찢어져서 내려왔었네요), 제주도에 가서 정처 없이 걸어 다녀보고,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일 하는 출근에서 자유로워지는 그 짧은 시간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채우기는 너무 아쉬워서, 이번에도 뭔가 선명하게 이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활동이 없을까? 하는 궁리를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여행제한이 풀리는 시기여서 가족 휴가로 다낭을 다녀왔네요. 한강 따라 10km 조깅을 했습니다. 하루에 2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요, 날씨가 습해지면 땀을 쫙 뺄 요량으로 역시 달려 나갑니다. 건강검진을 하고 몸 상태를 다시 체크하고,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고 다닙니다. 인스타그램에 Reels가 유행이래서, 그걸 배워서 올려보고 있고, 파이널컷 편집하는 방법도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브런치에도 많은 기록을 남기려 노력하구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방학과 맞물리는 바람에, 애들과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들고 파고 있습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도 했습니다. 좋은 책은 다시 봐도 새롭네요. 아끼는 동생의 추천으로 읽은 '슈 독: 나이키'는 거의 소설급으로 흥미진진하게 이틀 만에 다 읽어냈습니다. 



이런 중에 처음 떠올렸던 '지금 이때 해야 할 일'을 살펴보니 몇 가지들이 더 남았습니다. 

제주도 횡단 (1100 고지 러닝) - 작년에 해 봤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땀을 쭉 빼고, 앞뒤로 사람도 없고, 1100 고지를 목표로 달려가는 기분.

팔당댐 한 바퀴 - 언젠가 자전거로 신촌-팔당댐까지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거의 도착해서는 저혈당이 올 정도로 탈진하고 힘들었는데, 거기서 먹었던 국수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팔당댐까지 열차 타고 가서 댐을 한 바퀴 돌고, 국수 먹고 오려고요.

임진강 쪽으로 달려볼 만한 곳을 찾아서 러닝 - 집 근처에 경의 중앙선이 있는데, 그 끝이 임진강 쪽이라 넣어봤습니다.

유튜브 영상 업로드 -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몇 달을 쉬었더니, 안부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그분들께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또, 브런치에 쓰는 글들을 영상 대본으로 활용해볼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간은 그냥 녹화 키고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했던 거라, 영상들이 좀 약했던 것 같네요.


그냥 다 놓고 마냥 놀아보고 싶은 생각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시간이 지난 후 지금을 돌아보면 '뭐했지?'라고 할 것 같아서, 늦은 밤에 끄적끄적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시간을 밀도 있게 쓰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충분히 제 모습을 갖춘 다음에 다음 회사에서 퍼포먼스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지금이 제일 좋은 시간이기 때문에, 좋은 지금을 갖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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