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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Sep 20. 2022

밤 달리기가 명상이 되는 이유

그리고 명상이 필요한 이유

아직 한 달도 안 지났습니다

잘 다니던 글로벌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잠깐의 시간을 가진 후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 지 가요.

'아직'이라고 강조할 만큼 스타트업의 호흡은 여태까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성장하고 있고, 성장해야 하는 운명인 회사라 제게 주어진 역할과 해야 할 일들은 명확했습니다. 되려 그거 받고 '알파' 더!라고 할 정도로 더더더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정리하고, 지금 하는 일도 잘 되게 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왠지는 모르겠는지, 버스 정류장으로 한 정거장이 늘어났을 뿐인 통근시간이 거의 1.5배 늘어나버렸습니다. 아마 출근시간이 조정되어서 그런 거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 회사 출근 후 지금까지 운동을 한 날짜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됩니다. 


하나의 일이 처리되어 삭제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일들이 생깁니다. 

Output 속도보다 input 속도가 빨라지니, 머릿속이 가득가득 차올랐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언택트 시절에 열심히 뛰던 조깅을 하러 뛰어나갔습니다. 


이어폰은 두고 나갔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유튜브 강의를 들으면서 달리기에는 이미 머리가 꽉 차 있어서 그냥 나갔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이미 달리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뛰다 보니 조금 달리고 숨이 가빠오기 시작합니다. 

땀이 송글 솟을 때 즈음에는 낮 동안에 있었던 미팅과 업무에 대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슉슉 스쳐 지나갑니다. 아! 맞다! 싶을 때는 잠깐 멈춰서 휴대전화에 기록하고는 다시 달립니다. 이렇게 5km 정도를 달리고 나니, 어지간한 '아! 맞다!'는 정리된 것 같습니다. 


달리기는 명상이다

명상이 요즘 다시 유행이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밖에서 치유를 찾다가, 이제는 안에서 답을 구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명상은 잘 모릅니다. 책에서 읽은 방법을 적용해 보려고 애쓰다가 잠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명상은 '비워냄'이라고들 합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행위가 아니라, 아무 생각도 안 드는 마음이라고 어디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거실에 누워서, 침대에 누워서, 아니면 일어난 직후에 해 보려고 해도 잘 안되던 그 상태가 최근에 달리기를 하면서 '이건가?' 하는 시점이 몇 번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렇고요.


생각이 아예 안 날 수는 없지만, 숨 가쁘게 뛰다가, 생각나면 옮겨놓고 다시 다음 걸음을 옮기고 하면서 돌아온 집에서 마음이 개운해진 것을 보면 이게 명상인가 보다 싶습니다. 




여태 상당히 많이 뛰어다녔는데, 그간 왜 이런 느낌이 그다지 없었나를 돌아보면

아마 '이어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Input이 없는 상태에서 output으로 비워내야 머리든 몸이든 잘 비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어폰 없이 한 번 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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