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 그리고 비용 때문에라도
향도 날아가고, 따뜻함도 없고, 왠지 모르게 더 부각되는 쓴맛은 미팅의 쓴 맛을 더 키울 때도 많습니다. 커피 머신을 쓰고 난 뒤로는 적어도 집에서는 몇 잔이고 신선한 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맛이 벌써 없어진 커피를 돈 아깝다고 억지로 다 마시지 않아도 되는 점도 좋습니다.
이제 거의 10년 가까이 다 되어가는 가찌아 컬러 머신을 집에서 쓰고 있습니다.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날에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내려 먹으려고 했던 핸드밀도 있지만, 너무 수고로워서 전동 그라인더도 장만해 두었죠.
카페인에 상당히 민감한 편인 저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예민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후 3시가 지나 커피를 마시면 잠을 설치던 어린 시절과 달리, 요샌 오후 2시로 데드라인이 당겨지고, 아마 점점 더 당겨질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카페인이 치사량(?)인가 해서 관찰해 봤더니, 하루 종일 에스프레소 4잔 정도가 최대인 것 같습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기본 사이즈인 커피를 주문하면 더블샷을 넣어주니 하루에 두 잔이 최대네요.
한 잔에 이제는 거의 4천 원에 육박하는 커피를 두 잔을 마신 다는 것도 좀 부담입니다.
집에 머신을 들여놓고는 원두를 사서 먹습니다. 이러면 한 잔에 거의 500원 이하로 원가가 떨어지니까 부담이 적어집니다. 그런데 커피 머신이 있으면 좋은 점은 이런 '비용' 때문이 아닙니다.
전문점의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커피는 10분만 지나도 식어버립니다. 매장에서 마실 수 있는 머그잔은 그보다는 좀 오래가지만, 갓 내린 커피의 따뜻함은 금세 사라집니다.
집에서 내린 커피는 절반 정도 마시다가 식어버리면, 주섬주섬 일어나서 다시 한 잔 내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크레마가 덮인 만족스러운 커피를 언제든 즐길 수 있습니다. 엷게 깔려 있는 크레마를 호로록 마시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이걸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콧속에 커피 향이 느껴지는 일입니다.
게다가 반자동 머신이라, 곱게 갈린 원두를 편편하게 잘 담아내고 꾹꾹 눌러주는 손맛도 이런 즐거움을 키워줍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행복하다... 하는 생각이 들어 문득 글을 남겨봅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