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에서 비롯한다
아직 100일도 채 되지 않은 꼬물거리는 아들이 거실 가운데 누워 있다.
약하디 약한 갓난쟁이가 우리 집에서 가장 파워가 강하다. 울음 한 번이면 집안에 다른 사람들을 자기 앞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지난 10년간 두 아이가 이만큼이나 자랐고, 다시 막내아들이 태어나자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내 역할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내 아버지는 경찰로 아름답게 정년퇴직을 하고 돌아가셨다. 휴일에 집에서 파자마에 편한 복장이라 할지라도 머리를 2:8로 늘 단정하게 계셨다. 집에서도 당신 주변은 늘 정갈했고, 밖에서도 그러하셨다.
다행스럽게 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랄 수 있었고, 행실이 나쁘다는 욕은 먹지 않고 살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다시는 같은 짓을 반복 않겠다며 정신 바싹 차리면서 조금씩 나은 인간이 되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한 시간도 15년, 그 사이 책임져야 할 식솔이 늘어나고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이 생겼다.
책임감은 그냥 생겨나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의 삶에서 보고 배운 그것이 내 안에 어딘가에 뿌려져 있다가 지금 상황이 되니까 자라난 것이겠지.
아마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을 기회가 없었다면, 혹은 아버지가 평생 내게 보여주신 그런 모습이 다른 것이었다면 이런 책임감이 생길 수 있었을까? 며칠 밤새 비상 훈련으로 집에도 못 들어오고, 국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비상 대기 상태로 근무하면서도 집에서는 어머니를 돕고, 아이들을 살피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랐다면 지금 내가 '가장의 책임감'이라 생각하며 어금니를 한 번 더 꽉 깨물 수 있었을까?
그냥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훌쩍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생각이 이렇게 닿자, 내 아들들의 롤모델이 '나'일 수 있겠다 싶다. 물론 아이들이 자라서 내 모습을 롤모델로 채택할지 아닐지는 지금 알 수 없지만, 내가 보여주는 모습들, 말하는 것들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아버지의 격려, 아버지의 응원, 아버지의 믿음, 아버지의 눈빛.
이런 것들이 어디엔가 뿌려져 있다가, 아이들이 다시 아버지가, 어머니가 되는 그때에 아이들에게 나타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피곤해도, 아무리 힘들어도, 슬프거나 화가 나도 롤모델로서의 모습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찾으려 한다면 아버지가 아니라 책, 영화, 위인, 유명인... 어디서라도 롤모델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아버지만큼 그 영향력이 큰 존재가 아이들에게 있을까 하는 생각.
제대로 된 롤모델을 본 적이 없거나, 찾지 못했거나, 있더라도 따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행동할지. 책임감 없는 남자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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