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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Nov 28. 2022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겨야 하는 이유

험난한 출장길에서의 교훈

미국 시카고 학회 출장이 잡혔습니다. 

지금 회사로 이직하기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학회인데, 연중 가장 큰 학회라서 전사적으로 집중하는 그런 이벤트입니다. 


저는 첫째 아이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서, 회사의 출발 날짜를 하루 늦춰서 출국하게 되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시카고로 직항을 끊지 못해서, 디트로이트에서 환승해서 시카고로 넘어가는 여정이었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발을 했는데, 이륙하고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문득 방송이 나옵니다. 뭐 잘 들리진 않았지만, 


'We lost weather rader....Tokyo....fix.....'


어쩌고... 그럽니다. 레이더가 고장 나서 하네다 공항에서 고쳐서 가겠다는 안내방송입니다. 왜 그런지 이해는 안 되지만, 태평양 한가운데서 알게 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래서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에 일본에 도착했습니다. 다운로드하여간 영상,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다시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 bring rader from Narita airport..... few more hours...'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치니까 나리타 공항에서 부품 갖고 올 거고, 그래서 몇 시간이 더 걸린다는 말입니다. 

승객들이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시간이 지난 후, 오늘은 못 고치니까 내리라고 합니다. 승객들이 술렁입니다.

도쿄로 갈 수 있는 사람과 못 가는 사람...

백신 3차까지 접종한 사람들은 정식 입국 수속을 하고 도쿄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2차까지 맞아서 공항에 있어야 했습니다.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숙소비용과 교통비용, 남는 사람에게는 식사 바우처를 준다고 합니다. 6,000엔을 받았습니다. 

6,000엔이 다음 날 아침식사까지 포함한 것을 쿠폰을 다 쓰고 알게 되었음

혼자 식당가를 어슬렁거리다가 계산기까지 꺼내서 최대한 6,000엔을 맞춰서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큰돈이라, 하이볼도 마셨습니다. 당장 공항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먹고 쉬는 것뿐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면세점도 다 닫았고, 사람들도 적고 해서 터미널의 끝에서 끝을 뛰어다녔습니다. 조깅이죠. 또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잘 준비를 마쳤습니다. 어디 잘 곳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다 보니 아직도 처음 그곳에서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미 시간이 늦어 저분들은 식사할 수 있는 식당도 찾기 힘들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침 준비하는 노숙... 아니, 출장 중인 마케터

저는 할거 다 했다 생각이 들어서, 빠르게 취침 준비를 합니다. 옷은 못 갈아입지만, 아내가 백팩에 챙겨가라고 한 칫솔 세트 덕분에 개운하게 잘 준비를 합니다. 안대까지 가방에 있어서 취침 준비가 수월합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아까 항의하던 분들은 이제 밥 먹으러 갈 곳이 없다고 또 직원들과 실랑이합니다. 몇 시간을 비행기에서 꼼짝 못 하고 있었더니 이리도 피곤한데, 저분들은 배도 고프고, 피곤하기도 하고 약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보낸 안부 사진 :)


걱정하는 아내에게 이렇게 잘 준비를 잘하고 누웠다고 사진 한 장 보내고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몸 컨디션을 보니, 허리만 뻐근하고 의외로 푹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빨리 챙기고, turn-off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시카고로 14시간 비행기 타고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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