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에 우선 내 것이 있어야...
대륙별 글로벌 대기업을 다녀본 것 같다. 영국, 미국, 스위스.
재직 기간 중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영업할 때는 상도 곧잘 받았고, 마케팅으로 넘어와서는 중요한 프로젝트들에서도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었다.
외국계 기업을 다녔다 보니, 나름의 조직 문화(?)라는 게 '젊다'는 것이 그 회사들이 '장점'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 장점이 내게도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마흔이 넘어가고, 곧 중반이 되겠다는 시간의 흐름이 눈에 보이다가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하자, 더 이상은 이런 '젊은' 분위기를 '장점'으로만 받아들이기는 힘들어졌다. 50세가 넘는 사람이 200명 중에 3명이 있다는 말은, 저 셋 중에 내가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입사 후 처음 합류했던 팀의 선배들. 술자리에서 '조직에 충성'을 외치던 분들은 모두 은퇴해서 각자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분들도 이제는 자리 잡으신 것 같지만, 처음 한동안은 세상의 한파가 이런 건지 몰랐다며 카톡에 글을 남기시곤 했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나이가 된 건 사실이다. 예전에는 매출 목표 10억을 받으면 12억을 팔았고, 100억 제품을 150억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상을 주고, 특진을 시켜주고,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에 감사하며 그것이 '퉁'이라고 생각했다.
요새는 붕어빵을 팔아도(이것이 만만하다는 것이 아니다!) '내걸'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내걸! 이 핵심이다).
어떤 것이 나의 '붕어빵'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잘해줄 수 있는 '고객'을 찾는 것,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많이 고민해 보고 정리해야겠다. 무턱대고 상품을 준비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 이것을 누구에게 얼마에 팔지 생각하지는 말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