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밖은 정글...
이번 글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고민을 시작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heads-up이 이 글의 목적이다.
나는 뭘 할 때 즐겁게 놀 수 있는가? 그런 놀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팔릴만한 콘텐츠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팔 수 있는 플랫폼이 있는가?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구정 연휴를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에 갔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동물들도 잠깐 풀린 날씨에 많이도 밖으로 나와서 볕을 쬐고 있었다. 흑표범, 기린, 코끼리, 사자, 호랑이 등 요새 동물원은 동물이 많기도 많았다.
마침 사육사가 곰 우리 앞에서 사과를 던져주고 있었다. 곰은 담장 넘어 날아오는 사과를 받아먹으려고 두발로 서서 경례도 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재롱을 다 떨고는 사과 하나를 손에 넣었다. 아이들은 꺅꺅 소리 지르며 즐거워했고, 곰은 뒤돌아 앉아 사과를 깨물어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로 옆 우리의 호랑이는 이런 곰을 한심하다는 듯 무심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그도 사육사가 자기 집 앞으로 가까이 오자 뭐라도 받아먹으려고 앞으로 다가와서 관객들이 사진 찍기 좋은 자리에 멀뚱하니 앉아 기다렸다.
수의대 학생 시절에 동물원 실습을 나가면, 동물 우리 뒤편을 출입한다. 이때 느낀 감정은 '측은함'이었다. 본성을 잃고 우리에서 잘 다듬어진 먹이를 날름날름 받아먹는 모습이라니... 눈빛에 생기도 없고, 활동에 의욕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게 길들여진 동물들을 아이들과 보고 있다.
문득, 직장인들이 동물원에서 길러지는 야생동물 같다 싶었다. 그 모습이 어색하지만, 익숙하다. 사자와 호랑이는 강해 보이고, 작은 염소나 양은 약해 보이지만, 결국은 동물원에서 사람이 주는 먹이가 없으면 굶을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임원들은 파워가 있고, 사원들은 그렇지 않아 지시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지만, 결국 월급쟁이이다.
동물원에 갇혀 먹이를 받아먹는 것이 동물의 본성이 아니듯, 회사를 오가며 월급만 기다리며 생활하는 것도 사람의 본성은 아니다. 동물원에 한 번 들어온 동물들이 죽기 전에는 야생으로 돌아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과는 달리 사람은 회사 생활이 끝내지는 날이 반드시 온다. 월급쟁이에게 회사 생활의 종결은 동물원 호랑이가 하루아침에 정글로 내몰린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의 본성은 즐겁게 노는 것이다. 특히나 앞으로의 AI 시대에는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의 일만 인간에게 남겨질 것이다. 나는 그것이 '즐겁게 노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벌지 않을 수는 없으니 결국 현재 직장인(employee or self-employee)들은 무언가를 팔아서 수익을 만들어 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콘텐츠가 있다. 사장님이건, 부장이건, 신입사원이건, 모두는 개개인의 삶에서 자라난 유니크한 콘텐츠가 있다. 앞으로는 개인의 생활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에 고유한 콘텐츠를 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람과 그런 콘텐츠를 소비만 해야 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결국 '즐겁게 놀면서 만든 콘텐츠를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사람만 정글에서 살아남게 된다.
나는 뭘 할 때 즐겁게 놀 수 있는가? 그런 놀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팔릴만한 콘텐츠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팔 수 있는 플랫폼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