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소중한 인재가 되고 싶은 바램이 만들어낸 착각
톱니바퀴가 아니라 톱니바퀴 사이의 윤활유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소중한 존재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소중한 존재라는 것과 그 조직이 굴러가는데 내가 물리적으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은 완전 다른 이야기이다. 잘 짜인 톱니바퀴들 사이에서 바퀴 하나가 빠지면 기계가 망가져버린다. 그 바퀴는 중요한 톱니바퀴일 뿐이다.
지금의 조직에서 소중한 사람은 탁월한 통찰력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결정된 사항을 실행하는데 영향을 주거나 그 결과물의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톱니바퀴가 마찰이 안 생기도록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윤활유 같은, 혹은 이 바퀴를 다른 데로 옮겨서 장비가 더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갈아낄 수 있는 부품은 많으니까.
내가 그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사람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김과장 어디갔어?’, ‘김과장 이리 와봐’.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중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Refresh를 할 새도 없다. 사람은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은 퇴근 후나 휴일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주중, 업무 시간 중에라도 잠깐씩 숨을 돌릴 시간은 필요하다. 아이디어와 영감은 머리의 비워진 곳에 자리 잡는다. 꽉 차있는 머리에는 insight가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없으면 안 돼. 당신이 내게 없으면 나는 정상이 아니게 되는데, 나 없는 당신이 아무렇지 않은 것은 인정할 수 없어. 당신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내가 하찮은 존재라는 의미야……. 이런 관계는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건강한 관계는 서로가 자신의 생활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의 생활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삶의 윤활유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없으면 나도 작동하지 않는 톱니바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조직에서 내가 하는 일에 영감과 insight를 계속 계발하되 내가 없어도 일이 되도록 만들자.
한 걸음 떨어져서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면 몸은 편해지면서 보다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