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범인을 찾아냈지...
작년 내 글 중 최대 공유, 조회로 날 깜짝 놀라게 했던 '통근길에 책 100권을 읽게 만든 단 한 가지 습관'https://brunch.co.kr/@suhwankim/20
책을 정말 열심히 읽기도 하고, 이 글을 썼기 해서 더욱 박차를 가해서 일부로라도 책을 많이 읽고 있다. 뭔가 과시적 독서라고나 할까... 인문, 예술, 소설, 경제 가리지 않고 마구마구 읽어댔다. 이 추세라면 3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100권을 읽어낼 수 있을 기세였다. 그런데 지난 8월, 9월 두 달 동안은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그 두 달간 누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나?
친하게 지내는 형이 새로 나온 100G 데이터 요금제가 당시 내가 쓰고 있던 10G짜리 요금제와 요금이 거의 같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일이 시작되었다. 운동할 때 유튜브 영상과 음악을 이용하는 게 내가 데이터를 쓰는 거의 전부였다. 이 형은 분당에서 출퇴근하는 길에 미드 시즌을 하나씩 끝내고 있었다.
'요금에 큰 차이 없으니까...' 싶어서 요금제를 바꾸는 순간, 100G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안내하는 문자가 쏟아졌다. 그중 '미드 무료 시청'이라는 단어에 혹해서 VOD 시청 어플을 하나 깔고, 시즌 1, e01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두 달이 그냥 지났다. 통근 백팩이 너무 무겁다 싶었다. 가방에서 빼놓고 다닐 게 있나 싶어서 뒤져보니 두 달 동안 가방에 넣고 다니던 책을 찾았다. 그동안 한 장도 넘기지 못해서 내용이 기억도 안 나던 책.
'이 책 때문에 이렇게 무거웠나...' 하며 가방에서 꺼내려던 순간 '아차' 싶었다.
내 폰에 VOD 앱들은 그동안 계속 깔렸다. 앱이 아무리 깔려도 폰 무게는 무거워지지 않는다. 읽지도 않는 책이 들어있는 가방 때문에 어깨는 점점 아파왔다. VOD가 늘어갈수록 책을 볼 가능성은 0으로 수렴해갔다.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허구의 이야기를 믿을 수 있는 능력이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인류들 보다 우월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사피엔스'에서 그랬다(과시적 독서 :). 그렇지만 미드가 풀어놓는 에피소드들은 위험하다.
사람들은 원래 쉽고 편한 걸 좋아한다.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읽어가는 과정은 힘들다. 미드는 거대한 제작비와 화려한 촬영세트로 매우 쉽게 눈 앞에 영상을 떠먹여 준다. 우리는 시간을 갖다 바치고...
폰에 깔려있는 VOD 들은 다 지워버렸다. 유튜브만 남겨두고...
10월부터 다시 책을 가열차게 읽기 시작했다.
그 미드는 아직 안 끝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