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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수현 Jun 27. 2021

타겟을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뀐다 (ft. 구찌의 전략)

마케터의 공간여행, 럭셔리 브랜드 투어

*구찌의 1번째 글입니다.


루이뷔통에서 시작한 럭셔리 브랜드 투어가 에르메스를 거쳐 구찌까지 왔습니다. 사실 루이뷔통의 세련된 건물 옆에 갑자기 곰돌이가 그려진 건물이 생뚱맞아 어떤 브랜드인가 했는데 바로 구찌 매장이었습니다. 앰버서더인 엑소 카이와 콜라보레이션해서 곰 컬렉션이 탄생했다고 하죠. 그동안 알고 있던 구찌 디자인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어떤 스토리가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청담동 구찌 매장 @Kpophit




마케팅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핵심문장은 다음과 같고, 이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전략이 존재합니다.


나(I)는 누구(Whom)에게 무엇(What)을 어떻게(How) 이야기(Narrative)할 것인가


사업의 시작이 결국 <나>에서 출발하는 것이니 내가 무엇을 말할 건지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결국 비즈니스는 상대와 소통을 통해 수명을 이어갑니다. 관계지향적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가 전체의 중심을 잡는 구심점이 됩니다. <누구>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다듬어질 뿐 아니라 내가 어떻게 보여야 할지에 대한 날도 서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누구>에 대한 전략을 재정비하고 기사회생한 구찌(Gucci)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희소성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사이에서


명품 브랜드가 희소성에 기반한다는 것, 그리고 예술로 차별화하는 아트 마케팅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습니다.


2014년까지 매출이 바닥으로 치닫던 구찌는 2015년에 CEO를 교체합니다. 새로운 CEO 마르코 비자리는 비즈니스를 회생시키기 위해 2가지 결단을 했습니다. 비즈니스의 지속을 위해 고객을 젊은 세대로 교체한다는 것과 수석 디자이너를 변경한다는 것이었죠. 패션 브랜드에서 수석 디자이너는 큰 의미가 있는 포지션입니다. 수석 디자이너로 여러 명품 디자이너들이 거론되었지만 그는 구찌에서 12년을 일한 무명 디자이너를 간택합니다.


"우리는 무슨 이유로 명품 업계에 종사하게 되었고 왜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토론했죠. 우리가 믿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구찌를 우리가 지향하는 회사로 만들지 이야기했습니다.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그가 구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구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 마르코 비자리 회장의 인터뷰 @매경 프리미엄 스페셜리포트/ 아시아경제 발췌


사실 명품의 입장에서 젊은 세대는 반가운 고객은 아닐 수 있습니다. MZ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원하는 데다 개성과 가치가 중요해 특정 브랜드의 지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젊은 고객층의 확보는 모든 브랜드가 고민하는 숙제입니다. 버버리도 20년 만에 로고를 바꿨고 루이뷔통도 디자이너를 젊은 세대로 교체했습니다.


현재 구찌는 매출의 과반수 이상(55%)을 35세 이하 소비자에게서 내고 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르면서 주가는 최고점에 올랐죠. 젊은 세대로 타깃을 바꾼 후 구찌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타깃은 모든 것을 바꾼다


기업이 <누구>를 바꾸자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젊은 경영

구찌는 젊은 사원이 역으로 임원을 가르치는 리버스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시행합니다. 회장은 내부에 30세 미만 직원으로 구성된 그림자위원회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젊은 직원과 점심을 먹으며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여기에서 언급된 것들이 구찌 정책에 반영되었습니다. Fur-Free를 선언하고 모피를 쓰지 않으며, 남녀 구분 없는 중성적 디자인을 적용하고, 여행 앱을 출시해 구찌가 디자인에 영감을 받은 장소를 소개합니다. 최근 한국의 대림미술관이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젊은 디자인

"우리는 꿈꿀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는 절제된 디자인을 화려하게 바꿉니다. 꽃, 나비, 벌, 새, 도마뱀 등 패턴을 수놓은 데다 색채까지 다채롭죠. 전통 고객은 반발했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열광합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이전 디자인
출처 @Gucci

2030 세대가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로 구찌가 41%, 샤넬 24%, 루이뷔통 7%로 압도적 표를 얻었습니다. 10대로 내려가면 구찌는 62%로 30대의 3배 지지를 얻고 있죠. 유럽에서 10대~20대는 힙하고 쿨하다 느낄 때 It's Gucci라고 말합니다. 처음에 구찌 디자인을 보고 경쟁사가 놀릴 때 사용했던 문장이라죠? 한국에서도 요즘 초중등생은 나이키가 아닌 구찌 운동화를 신고 자랑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디지털의 강화

2015년까지 매출 압박으로 구찌의 매장은 중저가 백화점에까지 입점해 있었습니다. 가격 할인으로 매출은 성장하지만 브랜드가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죠. 코치(Coach) 브랜드를 떠올려보시면, 대중화와 희소성이 왜 함께 할 수 없는지 상상하실 수 있습니다.


구찌는 CEO가 교체되면서 매장을 정리합니다. 마케팅에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죠. 젊은 층이 브랜드에 입문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기획하고, 구찌 닷컴을 통해 온라인 전용상품 구찌 가든(Gucci Garden)을 출시합니다.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지 않고 일반 인플루언서를 통해 사람들이 동경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갑니다. 구찌 스니커즈의 홍보로 한국에서는 롱보드 여신 고효주 씨를 섭외하죠.



해외에서 더 유명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고효주 씨

구찌 앱에는 구찌가 영감을 받은 장소, 구찌 플레이스를 소개합니다. 방문하면 체크인 배지를 주어 SNS에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 앱에 가상공간에서 스니커즈를 시착해보는 증강현실(AR)도 런칭했습니다.


DIY 서비스

고객은 디오니소스 백에 동식물 자수를 선택해서 자신만의 문양으로 가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에서만 가능했지만 현재는 주요 도시의 플래그십 매장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각자 해석한 DIY 신발과 가방





<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때


화려할수록 쉽게 지루해지고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부담도 커지게 되죠. 최근 구찌가 무리한 신상품 출시로 디자인에 비난을 받았다는 뉴스가 보입니다. 아마 패션 '업'에 계속 종사한다면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챌린지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젊은 세대로의 디자인 변화와 마케팅 전략에는 이견없는 성공 사례로 회자되지만, <누구>를 새롭게 정의한 구찌에게 가장 필요한 작업은 <나>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즈니스의 '업'을 패션으로부터 확장해야 디자인에 매몰되지 않는 도전이 가능합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가 타겟이라면 말이죠.



스타벅스의 디지털 전환 사례는 좋은 사례입니다. 스타벅스는 스스로를 커피 회사가 아닌 데이터 기술 회사로 정의하고, 디지털 전략 담당자를 외부에서 영입해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스타벅스만큼 미국 본사의 입김과 정책이 강한 브랜드도 없는데, 스타벅스 한국에서 만든 사이렌 오더 앱은 글로벌로 역수출되었죠. 고객이 스타벅스 앱에 충전한 현금이 미국만 1조 4천억입니다. 한국의 현금 보유 수준은 1,800억 원으로 이미 핀테크 기업인 토스와 네이버 페이를 넘어섰습니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충전 선수금으로 회사의 부채를 갚았고, 금융권은 이미 스타벅스를 핀테크 회사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구찌 앱은 그 화려한 콘텐츠에 비해 사용(UX)복잡합니다. 구찌 플레이스는 멋있는 공간이지만 SNS에서 회자되지 않았, 증강현실도 보편화되긴 어려워 보였죠. 아직은 그렇습니다.


디지털로의 접근성을 높여 구찌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려디지털 전략이 디테일할 필요가 있고, 구찌도 로드맵으로 차근히 움직여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양한 디지털 전략으로 디지털에서의 명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성공사례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구찌의 다음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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