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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수현 Jun 16. 2021

왜 브랜드는 공간에 공을 들일까? (ft. 오뚜기)

마케터의 공간여행, 오뚜기

*오뚜기 롤리폴리꼬또의 1번째 글입니다.


디지털 트렌드와 코로나로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라는 말이 돌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브랜드숍을 내놓으며 고객을 만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디지털이 대세라면서 왜 기업은 온라인 밖 공간으로 나가려 할까요?




우리는 본래부터 공간에 속했다


우리는 일생을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이동하며 희로애락을 느낍니다. 특별할 거라곤 없는데 그 공간에는 기억이 잔향처럼 남기도 합니다. 공간에는 우리가 선택하고 경험한 결과들이 있고, 인생에는 그 이야기가 쌓여갑니다.


우리네 인생이 공간을 떠나 살아질 수 없듯,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물리적 터치는 더 친밀한 브랜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디지털전환이 빠를수록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집니다.


어떤 공간에 들어서면 잠깐의 머무름에도 짙은 여운이 남습니다. 매력적인 공간은 우리의 감성을 터치하고 영감을 주는 힘이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좋은 건축이 그 예입니다.


이전 글에서 누가 컨셉팅 하냐에 따라 공간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할 공간은 보는 순간 컨셉팅이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아 건축가가 스케치했구나 했습니다. 역시나 공간 디자인 회사가 전체를 브랜딩 했군요.


자, 지금부터 오뚜기가 만든 첫 번째 브랜드숍, 롤리폴리 꼬또를 소개합니다.





2030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다


오뚜기는 2030 젊은 세대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오뚜기의 주요 상품인 라면과 카레를 기반으로 말이죠. 처음에는 퓨전 레스토랑을 논현동에 계획했습니다. 디자인을 맡은 회사는 논현동 2개 건물 사이의 유휴공간까지 확장해 문화공간으로 제안했죠. 이렇게 논현동에 2개 건물과 그 사이의 공간까지 500여 평의 복합공간이 탄생합니다. 한 회사에서 공간의 브랜딩과 네이밍, 공간의 디자인과 시공뿐 아니라 타이포그래피, 직원 의상과 매장 음악까지 전체를 총괄했다고 하니 이 회사에도 정말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었겠군요.


롤리폴리꼬또의 롤리폴리는 오뚝이(Rolypoly Toy)에서 따왔고 꼬또는 벽돌(Cotto)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의 합성어입니다. 그래서 건물이 붉은 벽돌로 이루어졌고 오뚜기 상징 색깔인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 되어있습니다.

롤리폴리꼬또 외관


들어가면 공간 어디에도 오뚜기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뚜기 모양의 오브제가 있지만 그 역시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몰라줘서 입구에 진라면을 전시했나 싶기도 했죠. 인터뷰를 보니 일부러 은은한 방법으로 브랜드를 표현하고자 의도된 기획이라고 합니다. 저는 과하지 않고 은근한 브랜드와의 대화가 기분좋게 느껴졌습니다.


"오뚜기라는 기업을 먼저 떠올리기 전에 공간을 경험하고 그러다가 생겨난 이미지가 시간이 지나 오뚜기 상품을 접할 때까지 연장되면 좋겠습니다."  

- 스튜디오베이스 전범진 소장 인터뷰 @Brique


입구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가는 법


착하고 바르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가진 오뚜기는 젊은 세대에게 오뚜기가 혁신적이고 세련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우선,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리뉴얼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체를 리뉴얼하려면 어디까지 바꿀지에 따라 비용도 많이 들겠죠? 바뀐 이미지를 인지시키는 데 또 다른 시간이 소요되고요.

2030을 위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단, 라면과 같은 대중적 입맛으로 2030 타깃 상품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로 뛰어드는 게 나을 수도 있죠. 밀키트(HMR), 맥주와 같은 카테고리처럼요.

굳즈를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시몬스침대가 성수동에 각종 문구를 파는 굿즈 상품점을 팝업스토어로 내놓은 것처럼 말이죠. 별도로 소싱하고 운영하는 팀이 필요하겠죠?

역시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진라면은 대중적이지만 우삼겹 파채라면이나 명란크림파스타는 세련된 음식으로 다가갈 수 있죠. 먹고 마시는 것만큼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문화는 없습니다. 먹다 보니 오뚜기로 이런 맛이 가능하네? 이런 공간이 있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오뚜기가 가진 대중성은 잃지 않으면서도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공간의 역할을 기대했습니다. 좀 더 감성적이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되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죠."

- 전범진 소장 인터뷰 @Brique


젊은 감각으로 운영하기 위해 운영사도 성수동에서 <윤경양식당>으로 핫한 33 테이블이 맡았습니다. 방문해보면 라면과 카레가 맛있으면서 다양한 스타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맥주와 안주 메뉴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긴 줄은 예상하고 가셔야겠죠?


이곳은 공간 구획을 꽤 재미있게 했습니다. 다음 글에서 공간을 둘러본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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