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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Jul 16. 2024

씩씩이게 쓴 편지글

씩씩이가 떠난 후 일상 견디기

3월 10일 


씩씩 아. 내 아가 오늘은 어떻게 보냈니? 

온통 평화만 있는 그곳은 어떤 곳이니?

울 아가 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엄마만 바라봤는데 그곳에서도 엄마를 바라보고 있니?


엄마는 오늘 요셉수도원에 다녀왔어. 

네가 없는 세상이 또 다른 지옥이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서ᆢ

이건 네가 진정 바라는 바가 아닐 텐데ᆢ

엄마가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가 네 곁으로 오길 울 아들은 바라고 있을 텐데 말이야.

인간 세상의 시간은 우주적 관점서 측정함 찰나에 불과하겠지? 

죽음이 영원한 이별은 결코 아닐 거라 엄마는 믿고 있어. 

그 찰나의 시간을 몇 번 보내고 나면 엄마와 곧 만나게 될 거야. 

그때 울 아들이 청아와 새롬이를 데리고 함께 마중 나와줘.


그때까지 아들아.

엄마를 지켜줘.

엄마가 네게 준 사랑의 에너지는 어딘가에서 나무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할 거야. 

어쩌면 이 세상은 사랑의 에너지로 유지되고 있는 거 아닐까.  

육체는 시간이 다하면 한 줌의 재로 소멸하지만 사랑은 절대 불멸한다 믿어.


아들아 기억해 줘!  너를 품었던 엄마의 뜨거웠던 사랑을ᆢ

사랑해. 사랑해라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3월 11일


씩씩 아. 내 아가~~~

오늘은 천국에서 어떻게 보냈니? 

꽃밭 사이를 신나게 뛰어놀았니?

작년 봄 엄마와 함께 걸었던 중랑천 튤립 꽃밭길 기억하니? 

따뜻한 햇살과 보드라운 봄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꽃길 사이를 꼬리를 살랑거리며 신나게 걷는 네 모습을 보며 엄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과 기쁨을 느꼈어.  

존재만으로도 엄마에게 도파민을 가득 선물했던 내 새꾸.

엄마는 오늘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예전 건강하던 시절의 네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들을 많이 찾아보았어. 참 그렇다. 네가 아플 때는 건강하던 시절의 네 모습을  일부러 보지 않았었어. 

건강하던 네 과거 모습을 떠올리면 너무 아프더라고.

영상 속 모습만 봐도 너의 시간은 엄마의 시간보다 몇 배는 빨리 가고 있더라.

씩씩 아. 

엄마는 지금은 투병기간 동안의 네 영상과 사진은 한동안 볼 자신이 없을 것 같아.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슬퍼.

당분간은 건강했던 네 모습만 추억하며 행복에 잠겨있고 싶어.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은혜였다고 말할 수 있을 때ᆢ 

그때가 되면 마지막 이별의 순간을 담은 영상도 담담하게 볼 수 있을까.

엄마는 아직 너와의 이별이 믿기지가 않아. 

잠에서 깨면 네가 옆에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진짜 현실이구나 깨달아.

네가 아팠던 8개월의 시간과 네가 떠난 4일 동안의 시간이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어. 

울 아들 너무 보고 싶다!  

오늘도 너무너무 사랑한다. 

언제 어디서든 엄마와 늘 함께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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