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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Jul 23. 2024

씩씩이가 남긴 사랑의 기록

사랑은 사라지기 어려워 계속된다.

3월 9일 씩씩에게


내 새꾸 씩아.

네가 없는 첫 주말을 드디어 맞이하고야 말았구나. 종일 힘껏 눌러  가슴 저미는 슬픔이 밤이 되니 짙은 어둠과 함께 봉인이 해제된 듯 올라오는구나.


네  애착인형도, 네가 자주 앉아 시간을 보냈던 방석도, 새롬이를 피해 앉아 있던 소파도, 네가 먹다 남긴 간식도 그대로 있고 네가 덮고 자던 이불도 네가 입던 내복도 아직 너의 체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이 익숙한 공간과 물건들 사이로 너만 없구나.


가구 곳곳마다 너와 함께한 시간이 그대로 묻어있는데 주인공인 우리 아가만 없구나.


엄마는 아직도  이별의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제껏 살면서 이별이 처음도 아니건만ᆢ

아마 이별의 슬픔을 견디는 비법을 누가 알려준다고 해도 결코 학습하지 못할 것 같아.


너와의 이별을 기정사실로 이미 예견하고 있었지만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조차 엄마는 이별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어.

안 한 게 아니고 정말 못했던 거야.

그건 영원한 미션 임파서블.


너무너무 사랑하는 너와의 이별 준비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어.

이별이 다가옴을 직감했지만 깊은 슬픔의 해저에서 허우적대며 바둥대기만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너는 이미 떠나고 없더라.


차갑게 식은 네 몸에 입을 맞추고 엄마 손끝에 너의 감각을 새기려 정성스레 매만져봐도 결국 네 몸만 남겨두고 우리 씩이는 대체 어디로 간 거냐며 울부짖으며 슬픔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어.


사랑하는 내 아가야.

그곳 천국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니?

이제 아프지도 않고 징글징글한 기저귀를 착용할 일도 없어 홀가분하지?

네가 그곳으로 떠난 것이 내 아가를 위해서는 잘된 일인데 엄마는 왜 슬퍼하는지 모르겠다.


이 애절한 그리움의 시간을 견뎌내는 일은 이별을 미리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구나.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

불과 어제의 일이 이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무섭도록 아프구나. 때로 괴물과도 같은 시간이란 녀석은 무조건 직진만 있구나.


씩아. 엄마가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3월 13일, 삶은 지금 이 순간 있을 뿐이다.


씩씩 아. 네가 떠난 지 5일째.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 오래전 일 같이 느껴져.


아무리 소중한 기억도 과거로 흘러가버리면 희미해져 버리나 봐.

그래서 삶은 오직 지금 이 순간만 있을 뿐인가 봐.   


아픈 기억은 시간이 선물하는 망각의 도움을 받아 잊을 수 있고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 수 있나 봐.


엄마는 오늘도 바쁜 일상을 보냈어.

네가 있었다면 더 많이 바빴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는 그 모든 일들을 어떻게 해냈나 싶어.


엄마는 아플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

내가 아프면 절대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세상에 모든 부모는 다 마찬가지 마음일 거야.


네가 편안히 잠드는걸 보고서야 엄마도 잠들 수 있었고 깊이 잠이 든 후에도 네가 아파하는 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 잠이 깼고 기저귀 갈 시간이 되면 정확하게 시간 맞춰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어.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게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엄마가 힘든 것쯤은 네가 겪었던 병고의 고통에 비함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사랑의 힘은 이토록  놀라워.  사랑이 발휘하는 힘은 엄마를 한없이 인내하게 했고, 기다리게 했고, 엄마의 아픔과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했어.


지금껏 엄마는 사랑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너로 인해 엄마도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알게 되었어. 이건 정말 엄마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야.


씩씩 아. 엄마의 사랑은 오늘도 변함없이 진행형이란다.

사랑해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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